2020년 2월 3일 월요일

[환경] 서울, 2050년 기후변화 위험 도시 7위

» 방콕은 주요 도시 가운데 해수면 상승 위험이 가장 높은 도시로 지목됐다. 픽사베이
세계 85개 주요 도시 분석한 결과
방콕이 기후변화 위험 점수 1위에
서울은 ‘건조겨울 더운여름’으로
멜버른, 물 부족 스트레스 4배로

지금으로부터 30년 후인 2050년은 21세기에 태어난 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할 시기다. 도시화가 계속되면서 그때가 되면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유엔은 예상한다. 세계화 흐름을 타고 다른 나라의 도시를 방문하거나 머무는 이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도시는 21세기 인류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다. 이미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가 도시에서 나온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도시와 기후변화의 악순환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Z세대들의 삶의 터전이 될 세계 주요 도시들의 30년 후 기후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
독일에 기반을 둔 국제 아파트임대플랫폼 네스트픽(Nestpick.com)이 세계 주요 도시의 30년 후 기온 변동과 물 부족, 해수면 상승 폭과 기후유형의 변화(쾨펜기후구분법 기준)에 관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 `2050 기후변화도시지수'(2050 Climate Change City Index)를 최근 발표했다. 기온 변동 비교의 기준은 1971~2000년 평균 기온이다. 보고서는 세계의 젊은이들의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85개 도시를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cli2.jpg » 서울은 기후변화지수 종합 7위에 올랐다. 기후유형이 현재의 `대륙성 더운 여름'에서 `온대성 건조 겨울 더운 여름'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픽사베이
분석 결과, 기후변화 지수(100점 만점 기준)가 가장 높은 도시는 타이의 방콕(100점)이었다. 이어 베트남의 호찌민(85.3),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84.3), 중국의 선전(62.2), 호주의 멜버른(49.5)이 차례로 상위 2~5위를 차지했다.
서울(45.8)도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영국 카디프(47.0)에 이어 종합 7위에 올랐다. 서울은 해수면 상승과 기온 변동, 물 부족 등 부문별 위험 순위는 각각 22위, 38위, 40위로 높지 않았지만 기후유형의 변화에서 케냐 나이로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서울의 기후가 현재의 `대륙성 더운 여름'에서 `온대성 건조 겨울 더운 여름'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의 연간 평균 기온 변동폭 예상치는 2.12도였다. 기후변화 지수가 가장 낮은 도시는 프랑스 마르세유, 미국 올랜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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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호찌민, 암스테르담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도시 상위 3위권에 들었다. 물 부족 스트레스 증가에선 호주 남동부의 멜버른이 압도적 1위였다. 멜버른은 지난해 9월 이후 장기가뭄으로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은 빅토리아주의 주도이다. 지금보다 물 부족 압박이 4배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 변동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가 지금보다 3.53도 오를 것으로 예상돼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의 신시내티(3.38도), 볼티모어(3.35도) 차례였다. 반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0.95도로 상승 예상 폭이 1도에 못 미쳤다.
물 부족 사정은 전반적으로 다른 범주에 비해 다소 나을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 대상 85개 도시 가운데 72개 도시가 2040년까지 물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물 부족에선 중동 카타르의 도하가 지금이나 미래나 가장 큰 스트레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cli4.jpg » 호주의 멜버른은 앞으로 물 부족 스트레스 증가가 가장 심해질 도시로 꼽혔다. 픽사베이

네스트픽은 이 지수가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대비한 정책을 수립하고 미래 세대가 평생의 거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네스트픽은 기후변화 예측 자체가 어려운데다 이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벨기에 겐트대의 생태학자 장-프랑수아 바스탱(Jean-Francois Bastin) 박사 등 기후변화 전문가들과 쾨펜-가이거 기후변화 예측 자료, 세계자원연구소(WRI) 등의 보고서들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세계 유명 관광도시인 베네치아는 데이터 부족으로 이번 순위 매김에서는 제외했다.
지수는 해수면, 기후, 물 부족 이렇게 세 가지 범주의 점수를 각각 계산한 뒤 각 점수를 더해 총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기후 대응이 이어지는 시나리오(RCP4.5)를 기준으로 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대 1370ppm에 도달하고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986~2005년 평균 대비 2.6~4.8도 상승한다.
 

출처
쾨펜 기후구분
쾨펜가이거기후변화 예측

2020년 1월 31일 금요일

[우주] 역대 최고의 태양 표면 사진이 나왔다

» 지상 최대의 태양관측 망원경에서 촬영한 태양 표면. 밝은 부분은 고온의 플라스마가 치솟는 것을, 어두운 부분은 열이 식어서 다시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미국 NSF 제공
하와이 이노우에망원경, 30km 해상도 구현
요동치는 플라스마 모습이 세포 집합 연상
4회 태양주기 동안 자기장 활동 관측 예정


최근 시험가동을 시작한 지상 최대의 태양 관측 망원경이 역대 가장 상세한 태양 표면 사진을 보내왔다.
미 국립과학재단은 29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섬의 해발 3000미터 휴화산 할레아칼라 정상에 설치한 이노우에 망원경(DKIST=Daniel K. Inouye Solar Telescope)이 12월10일 처음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반사경 지름 4미터의 이 망원경이 포착한 장면은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가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가뭄 끝에 갈라진 땅이나 촘촘히 얽혀 있는 세포(셀) 집합을 보는 듯하다. 각 셀의 크기는 대략 미국 텍사스주(한반도 세배 면적) 만하다고 재단은 밝혔다. 태양 내부의 뜨거운 열이 표면으로 분출해 올라오는 장면의 스틸 사진인 셈이다. 각 셀에서 중앙의 밝은 부위는 플라스마가 치솟는 현상을, 주변의 어두운 색은 열이 식어서 플라스마가 내려가는 현상을 뜻한다. 일종의 대류 현상이다. 이노우에망원경은 30km 크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해상도를 갖췄다. 이는 이전 태양관측 망원경(Richard B. Dunn Solar Telescope)보다 5배나 강력한 것이라고 재단은 밝혔다.
sun2.jpg » 셀 하나의 크기는 텍사스주 만하다. 텍사스주는 한반도의 세배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서

태양은 1초에 약 500만톤의 수소를 연료로  쓰는 거대한 핵융합로다. 여기서 발생하는 플라스마의 영향으로 태양의 자기장이 뒤엉키고, 태양폭풍이 발생해 지구 통신과 전력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를 우주기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노우에 망원경은 우주기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태양 자기장 활동을 상세하게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2017년 미국에서 허리케인 이마가 발생했을 당시 태양의 우주기상으로 인해 8시간 동안 무선통신과 항공, 선박 통신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재단은 이노우에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자기장의 변화 예측 시점을 지금의 48분에서 48시간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노우에망원경의 가동에 이어 2월엔 유럽우주국 태양관측 위성 ‘솔라 오비터’가 발사된다. 이렇게 되면 2018년 발사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파커 솔라 태양탐사선과 함께 태양 관측의 3각 편대가 형성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천문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데이비드 보볼츠는 "앞으로 6개월 동안 보조장비를 추가하면서 이노우에망원경을 계속 테스트할 예정"이라며 "이 망원경은 갈릴레오가 1612년 망원경으로 태양을 처음 관측한 이래 수집된 모든 태양 관측 데이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앞으로 5년 안에 수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우에망원경의 정식 가동은 7월부터다. 이노우에란 명칭은 하와이 출신 상원의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국립과학재단은 이노우에망원경의 운영 기간을 태양주기 4회로 잡고 있다. 1회 태양주기가 11년이므로 햇수로 따지면 약 45년 안팎이다.
sun4.jpg » 해발 3천미터 할레아칼라 화산 정상에 설치한 이노우에망원경(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정작 하와이 주민들은 그동안 망원경 설치에 반발해 왔다. 하와이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할레아칼라산을 망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마우이대학에 2천만달러를 지원하고, 관측시간의 2%를 하와이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하는 등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출처

2020년 1월 26일 일요일

[건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박쥐 바이러스와 96% 일치


» 전자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바이오알카이브에서 인용.
바이러스 게놈 상세 분석 결과 발표
사스 바이러스와는 79.5% 일치
폐 침투 수용체는 사스와 똑같아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2019, 일명 우한폐렴)에 대한 상세한 게놈 분석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23일 이 바이러스가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같은 종이며, 박쥐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생물학 분야 온라인 공개논문집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사스는 2002년 중국에서 시작해 이듬해까지 전 세계에서 8천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호흡기 질환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확산 초기 단계의 환자 5명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전체 게놈 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79.5%, 박쥐에서 발견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마른기침, 두통,호흡곤란, 폐렴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치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폐포 손상에 따른 호흡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연구진은 또 인간 폐 세포에 침투하는 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수용체는 사스 바이러스와 똑같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사스 치료제가 우한 폐렴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또다른 중국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뱀을 중간 숙주로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의료바이러스학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오류인 것으로 보인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우한의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의 감염 환자는 지금까지 500명, 사망자는 1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는 사스 사태를 겪고 난 이후 중국 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com/f/615087/virus-in-chinese-outbreak-is-closest-to-one-from-bats-not-snakes/
논문 보기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01.22.914952v1.full.pdf

2020년 1월 24일 금요일

[미래이슈] “인류 파국 100초 전”…20초 더 당겨진 ‘운명의날 시계’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고 있는 핵과학자회. 핵과학자회 제공
1947년 첫 발표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워져
핵과학자회 “파국 순간, 분 단위서 초 단위로”
핵무기 위기·기후변화에 사이버세상 위험 추가

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겨졌다. 자정은 지구 파멸의 순간을 뜻한다.
미국의 핵과학자단체 ‘핵과학자회’(BAS)는 23일(현지시각)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을 ‘23시 58분 20초’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정 2분 전'이었던 지난해보다 20초 앞당겨진 것이자,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레이첼 브론슨 (Rachel Bronson) 핵과학자회 회장은 "우리는 이제 세계가 파국에 얼마나 가까와졌는지를 시간이나 분이 아닌 초 단위로 표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은 어떤 조그만 실수나 더 이상의 지체를 용납할 수 없는 참으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destruction-4743667_1280.jpg » 핵무기 위험과 기후변화, 사이버 위협이 요인으로 꼽혔다.
분침을 앞당기게 한 요인은 크게 핵무기 위험과 기후변화 두 가지다. 핵과학자회는 핵무기 위험의 경우 지난해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헝클어지고 이란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북한의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노선이 대립하던 2018년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2분 전'으로 30초 앞당겨 경각심을 높인 바 있다. 이는 미국과 소련이 수소폭탄 개발 경쟁에 한창이던 1953년과 같은 시각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해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로 인해 크게 높아졌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지구는 전세계적인 기온 상승 요인인 엘니뇨(동태평양의 수온 상승) 현상이 없었음에도 사상 두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doomsday_clock_hour_clock640-nc.png » 운명의날 시계 조정 내역. BBC에서 인용.

`지구 종말 시계'로도 불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핵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1947년 미 시카고대 핵물리학자들이 주도해 고안했다.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세계의 핵무기 개발 상황과 국제관계 긴장 수준을 반영해 시계의 분침을 수정해 왔다. 2007년에는 기후 변화를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
브론슨 회장은 "운명의 날 시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엔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가장 큰 위협이었지만, 2007년에 우리는 이제는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사이버 공격 등 다른 파괴적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의 위협 요인으로 사이버 공격과 가짜뉴스를 꼽았다. 그는 "정보 환경이 복잡해지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며 "이것이 다른 모든 위협 더욱 위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브론슨 회장은 "운명의 날 시계는 대중으로 하여금 핵 안보와 기후변화에 관해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핵 무기에 들어갈 막대한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7년 종말 시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설정 시각은 자정 7분전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24차례 시간 조정이 이뤄졌다. 종말 시계가 자정에서 가장 멀어졌던 때는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1년이었다. 당시 분침은 자정 17분 전으로 후퇴했다.

2020년 1월 22일 수요일

[건강] `스트레스 받으면 흰머리카락 는다'는 말은 진짜

» 스트레스가 흰머리카락을 늘리는 메카니즘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쥐 실험 통해 규명
교감신경 자극해 모낭 색소 줄기세포에 영향


흰 머리카락은 대표적인 노화 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모낭 속 세포의 기능이 줄거나 감소하기 때문이다. 흰머리카락은 대개 옆머리에서 시작해 뒷머리를 거쳐 정수리쪽으로 퍼져 나간다. 때로는 특정 질환으로 인해 흰머리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노화나 건강상 문제가 없는데도 자꾸만 늘어나는 사람이 있다. 원인이 뭘까? 시중의 속설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 책임론이다. 흔히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흰머리도 이 범주에 들어간 셈이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프랑스 대혁명으로 쫓겨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속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멜라닌세포의 줄기세포 감소를 유발해 흰머리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닌세포는 검은색, 갈색 등의 색소를 만드는 세포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흰머리카락 급증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그 메카니즘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흰머리카락 증가는 멜라닌 세포 감소 때문인데, 이번 연구는 쥐 실험을 통해 그 과정에 스트레스가 개입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면역 공격이나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코티솔) 때문이라는 이전의 이론과는 다른 결론이다. 연구진도 처음엔 면역 공격과 코티솔 분비가 원인일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부족한 쥐나 코티솔을 분비하지 못하는 쥐에서도 흰머리카락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가정을 포기했다.
hair2.jpg » 멜라닌 줄기세포(노란색)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교감신경(자주색). 네이처 제공

연구진은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매운맛으로 잘 알려진 캡사이신 계통의 물질을 주입했다. 그러자 곧바로 쥐의 멜라닌 줄기세포 수가 감소하고, 모발 색깔이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연구진은 "불과 5일만에 모든 색소 재생 줄기세포가 사라졌다. 줄기세포가 사라지면 더는 색소를 재생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그 과정은 이랬다. 우선 스트레스는 쥐의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켰다. 활성화한 교감신경은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했다. 가까이 있는 멜라닌 줄기세포가 이 물질을 흡수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멜라닌 줄기세포의 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물질이다. 증식한 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 바뀌어 색소 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연구진은 이와 반대로 줄기세포의 증식을 차단하면 멜라닌 줄기세포도 감소하지 않고 흰머리가 늘어나지도 않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가 흰머리카락을 늘리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본격 연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신체의 다른 부위에 대한 스트레스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을 희게 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하자. 이번 연구 내용은 <네이처> 1월22일치에 실렸다.

2020년 1월 21일 화요일

[환경] 에어컨이 북극을 녹였다고?

» 그린란드 야콥스하븐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 조각들. Credit: Kevin Krajick/Earth Institute

오존층 파괴 물질의 온실 효과 막대
1955년 이후 북극 온난화 절반 책임
지구 평균 기온에도 3분의1 영향 줘

“더워진 지구가 에어컨을 불렀고, 에어컨은 북극을 녹였다.”
할로겐 화합물로 과거 에어컨, 냉장고 등의 냉매로 널리 쓰였던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 CFC)는 대표적인 오존층 파괴 물질이다. 성층권 하늘에 분포해 있는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유해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냉매로 쓰인 화학물질의 폐해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기 중에 일단 방출되면 50년 이상 머물면서 열을 가둬두는 온실가스 역할도 한다. 화합물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1천배나 높다.
미국 컬럼비아대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합동연구진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실제 온실 효과가 어땠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이 <네이처 기후변화>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오존층 파괴 물질은 1955년에서 2005년까지 50년에 걸쳐 이뤄진 지구 온난화 중 3분의 1을 유발했다. 연구진은 오존층 파괴 물질의 1955년 이후 50년 궤적과, 1995년 수준에서 멈췄을 경우를 상정한 기후 모델을 만들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기온 상승 폭이 각각 0.59도와 0.39도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중 오존층 파괴 물질의 지구 온난화 기여도가 3분의1에 해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존층 파괴 물질이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해온 셈이다.
OZONE_large.jpg » 2006년 9월 남극대륙 상공의 오존층 구멍. 이때가 사상 최대 크기였다.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오존층 파괴 물질이 북극 온난화에 끼친 영향은 더욱 컸다. 두 경우의 북극 기온 상승폭은 각각 1.59도, 0.8도였다. 같은 기간 북극 기온 상승 폭의 절반은 오존층 파괴 물질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계기로 기존 냉매 사용이 금지되면서 오존층 파괴 물질의 대기중 농도는 20세기 말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이 물질의 대기 중 존속 기간은 수십년에 이르기 ?때문에 영향이 광범위했다고 강조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은 1985년 남극 성층권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 확인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물질들은 1920~1930년대에 개발된 냉매, 발포제, 압축가스 등으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 물질이다. 유엔은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서 2년만에 몬트리올의정서를 체결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과 유통을 단계적으로 퇴출시켰다. 이 논문은 <네이처 기후변화> 1월20일치에 실렸다.


출처
논문 보기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가 지구온난화를 늦춰줘
오존홀

[건강] 인간의 노화엔 4가지 유형이 있다


age.jpg » 노화에는 적어도 네가지 유형의 경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픽사베이

대사형, 면역형, 간형, 신장형 분류
한 가지 아닌 여러 유형 복합 진행

나이가 들면 모두가 늙는다. 하지만 늙어가는 속도와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노화로 인해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도 제각각이다. 이유가 뭘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주요 생체 지표들을 토대로 인간 노화는 적어도 네가지 유형의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34~68세의 건강한 성인 43명을 대상으로 2년간 5차례 이상 분자 수준에서의 노화 표지를 살펴본 결과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스나이더 교수는 "이미 콜레스테롤 같은 좋은 표지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한테 평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알고 싶었다"고 이번 연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 기간 동안 참가자들의 혈액, 대변, 염증물질 등 생체에서 채취한 시료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분석했다. 그리고 이 속에 있는 미생물과 단백질, 대사물질, 지질(지방) 같은 분자들의 양과 활동 상태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살폈다. 이를 통해 생물학적 나이 추정에 이용할 수 있는 600가지의 표지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것들을 분석한 결과, 네 가지 노화 경로를 가려낼 수 있었다. 그 네 가지는 체내 물질의 증가 및 감소와 관련한 대사형, 면역 반응과 관련한 면역형, 간 기능과 관련한 간형, 그리고 신장 기능과 관련한 신장형이다. 연구진은 대사형 노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당뇨와 같은 병증이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당의 측정 지표인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 수치가 높아졌다.
연구진은 그러나 사람들이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노화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여러 건강 위험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또 인슐린(혈당 조절 호르몬)이 잘 분비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노화가 다르게 진행되는 것도 발견했다. 두 그룹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체적으로 10가지 분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 분자들 중 상당수가 면역 시스템 기능에 관여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이 관찰한 2년 동안, 모든 실험 참가자들의 노화 표지가 변화를 보인 건 아니었다. 생활습관을 바꾼 사람, 특히 식습관을 바꾼 사람들의 경우엔 노화 표지가 한때 감소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각 개인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건강 위험을 미리 찾아내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한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도교수인 스나이더도 직접 실험에 참가해, 자신의 생체 시료를 수집했다. 스나이더는 보도자료를 통해 "분석 결과 아주 평균적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말 나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할 무렵 역도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앞으로 자신의 노화 경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논문은 <네이처 메디신> 1월13일치에 실렸다.

출처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327495.php#1
https://www.livescience.com/four-types-of-aging-revealed.html
스탠퍼드대 보도자료
http://med.stanford.edu/news/all-news/2020/01/_ageotypes_-provide-window-into-how-individuals-age--stanford-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