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5일 수요일

2016년 '가장 더운 해' 기록 갈아치운다

cli0.jpg » 온도 상승폭이 가장 큰 지역은 알래스카, 남아메리카 일부, 중앙 및 남부 아프리카, 남동부 유럽, 북호주 및 남호주, 북동 러시아 일부 지역 등이다.NOAA 제공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연속 최고기록 경신

지구 온난화가 새로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한국에선 관측 사상 처음으로 5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더위는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다. 올해의 3분의 1을 여름기후 속에서 살게 될 지경이다. 인도에선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4월 이후 지금까지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호주의 대보초를 비롯한 전 세계 해안지대의 산호초들은 백화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백화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산호초 안에 있던 광합성 조류(algae)가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캐나다에선 석유생산 시설이 있는 앨버트주 포트 맥머리(Fort McMurray) 지역에 산불이 나면서  건물 2400여채가 불에 타고 국제 유가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북극의 빙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나사는 지난 겨울 동안에만 미 텍사스주의 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줄었다고 밝혔다. 4월 중 북반구에서 눈 덮인 지역은 1981~2000년 평균보다 140만㎢ 더 적다. 데이터가 있는 역대 4월 중 최소면적이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온도 상승으로 빚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최근 발표된 미 해양대기청(NOAA)의 관측 자료를 보면, 지구 온도는 올해도 매달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도 예외가 아니었다. 4월의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섭씨 1.1도 높았다.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연속 최고기록 경신이다. 해양대기청이 지구 온도를 기록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유례없는 일이다. . 1~4월 누적 평균도 20세기 평균치보다 1.14도,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1~4월보다 0.3도 각각 높다. 더욱이 사람이 거주하는 육지만 보면 2.04도나 올랐다. 우리가 실제 체험하는 기온 상승은 평균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cli2.jpg »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상위 7개 연도의 온도 상승폭.상승폭은 해당월이 아니라, 1월부터 해당월까지의 평균 상승폭이다. 2016년 기온 상승폭이 단연 두드러진다. NOAA 제공

8년전 역대 최강 엘니뇨 때보다 더워

지구 온도 변화 그래프를 보면 올해의 기록은 종전 최고치들보다도 편차가 훨씬 큰 점이 두드러진다. 4월의 기온은 종전 최고치였던 2010년 4월보다 0.28도나 높다. 이는 관측 데이터가 있는 전체 1636개월 가운데서도 네번째로 높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5개월째 평균치보다 1도 이상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cli3.jpg » 1880년에서 2016년까지의 20세기 평균기온 대비 온도 편차. NOAA 제공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근거로, 아직 1~4월 기록밖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올해 연간 지구 온도가 지난해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나간 4개월의 기록들이 종전 최고 기록보다 워낙 높아 남은 8개월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사상 최고란 타이틀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기후학자 개빈 쉬미트(Gavin Schmidt)는 “2016년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말했다. 사실상 100% 장담한다는 얘기다. 앞서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지난해 말에 95%의 신뢰도로 “2016년에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후 달마다 기록이 경신되면서 예측의 적중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El_Niño_Conditions.jpg » 태평양의 엘니뇨 현상에 따른 바닷물과 공기의 흐름. 위키미디어 코먼스.

달아오른 지구를 더 가열시키는 엘니뇨

과학자들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바닷물 표면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를 가리킨다. 더워진 바닷물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면서 전세계의 기온을 높이고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그런데 지난해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엘니뇨는 1997~1998년에 발생한 슈퍼엘니뇨와 맞먹는 슈퍼급이다. 더욱이 보통 엘니뇨 발생 제2차연도는 첫번째 해보다 더 더웠다고 한다. 역대 가장 강력했다는 평가를 받는 1997~1998년 엘니뇨 때도 1998년이 1997년보다 더 더웠다. 아마도 엘니뇨가 누적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는 라니냐에 자리를 내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불꽃을 태우는 격이다. 

cli4.jpg » 영국 기상학자 에드 호킨스 박사가 만든 지구 온도 변화 그래픽. 1850년부터 2016년까지 월별 온도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호킨스 박사 트위터에서(twitter.com/ed_hawkins).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기본 영향력 '섭씨 1도'

엘니뇨가 올해의 지구기온 기록에 화룡점정을 하는 역할을 할지라도 역시 요즘의 더운 날씨는 지구온난화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5년의 지구 기온은 지구온난화 현상이 없을 경우보다 1도 더 뜨거웠다고 추정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닌 만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1도 정도의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2016년의 지구 온도 역시 1937년 이후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이뤄낸 17차례의 기록 경신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 하반기 이후 라니냐가 시작되면 2017년에는 기온이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거대한 지구온난화의 벽이 버티고 있는 한 최고 기록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출처
https://theconversation.com/2016-is-likely-to-be-the-worlds-hottest-year-heres-why-59378
http://mashable.com/2016/05/18/warmest-12-months-april-climate/
http://www.livescience.com/54800-99-percent-chance-2016-will-be-hottest-year.html?cmpid=NL_OAP_weekly_2016-05-24
미 해양대기청 보고서
http://www.noaa.gov/april-marks-12th-consecutive-month-record-warmth-globe
http://www.ncdc.noaa.gov/sotc/global/201604
2015_2016 엘니뇨가 남긴 것
https://theconversation.com/el-nino-is-over-but-has-left-its-mark-across-the-world-59823

2016년 5월 10일 화요일

뇌파로 드론 레이스...염력시대 오려나

brain-drone1.jpeg » 생각만으로 드론을 조종해 승부를 가르는 `브레인 드론 레이스'가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유튜브 갈무리

조이스틱 대신 헤드셋을 쓰고 드론 조종

“쓰리, 투, 원, 고!”
진행자의 구령에 따라 바닥에 놓여 있던 드론들이 일제히 이륙을 시작했다. 그리곤 결승 지점을 향해 느릿느릿 날아갔다. 지난 4월22일 미 플로리다주립대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드론 레이스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날의 드론 레이싱에선 우리가 익히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레이스 참가자들이 조이스틱처럼 생긴 조종기를 들고 드론을 원격조종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참가자들은 책상에 앉아 헤드셋처럼 생긴 기기를 머리에 쓰고 컴퓨터 프로그램의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braindrone2.jpg » 컴퓨터 프로그램이 뇌파 신호를 받아 드론을 제어한다. 유튜브 갈무리

드론이 생각하는 대로 날아간다
사상 첫 뇌파 조종 드론 레이스

이 장치의 이름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이른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다. BCI는 뇌파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전달해 디지털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기를 쓰고 “전진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드론은 앞으로 날아간다.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떠올리면 옆으로 움직인다. 드론 레이스의 지도교수인 주안 길버트(Juan Gilbert)는 공개된 동영상에서 “드론을 전진시키고 싶다고? 그렇다면 의자를 앞으로 민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한 뇌의 반응 패턴에 기반한 드론 비행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의 뇌파 조종 드론, 이른바 '브레인 드론' 레이싱은 이렇게 등장했다.

 
뇌파 활용 기술이 여는 새로운 세계

BCI 기술은 아직은 초보단계이다. 리모컨이나 조이스틱처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단계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뇌파를 물리적 에너지로 바꿔주는 능력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조종기로 움직이는 드론들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맹렬하게 날아가지만, 뇌파의 제어를 받는 드론들의 비행 속도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뇌파를 통해 무형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예컨대 미연구팀은 최근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팔과 손을 뇌파로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팔이 절단된 환자가 뇌파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 조지아공대에선 뇌파로 작동하는 드럼 연주용 로봇팔 시제품을 개발해 시험중이다. 버클리대 등에선 뇌파로 꿈을 읽어내 이미지로 변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길버트 교수는 사상 첫 뇌파 조종 드론 레이싱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경주로 시작했지만 이 경주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누가 알겠는가?”
뇌파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치부됐던 영역을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신체 장애자들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장애가 없더라도 두 손, 두 발이라는 신체의 한계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어디에 가고 싶다거나, 뭘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해도 그것을 이뤄주게 하는 동화적 꿈도 이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정신을 집중해 나오는 에너지로 물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염력'이 마침내 뇌파 기술에 힘입어 초현실에서 현실 세계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일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 꿈을 이뤄주는 원초적 기술은 바로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에서 시작될 것이다.

bci-jan-smiles-at-bar-landing-page.jpg » 잔 슈어만(Jan Scheuermann)이란 이름의 여성이 마인드 콘트롤로 로봇팔을 움직여 초콜릿바를 입에 가져가고 있다. 그의 뇌에는 뇌파를 기록하는 칩이 심어져 있다. UPMC 제공(http://www.upmc.com/media/media-kit/bci/Pages/default.aspx)

뇌파 시대 헤쳐나갈 경쟁력을 키우려면

뇌파 조종 드론 레이스에선 조종기를 다루는 능력이 아닌, 뇌파 신호를 보내는 능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뇌파를 읽어내는 기술이 좀더 발전하면, 미래엔 얼마나 확실한 뇌파를 낼 수 있느냐가 인간 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지 않을까? 상상력과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할 법하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뇌는 인간이 가진 정신적 자산이 융합하는 용광로이다. 그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상상력과 집중력이라는 불쏘시개이다. 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 여행 등 뇌의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마인드 컨트롤처럼 직접적으로 뇌를 훈련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주입식 공장형 교육 제도와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피해갈 수 없는 우려 '프라이버시 침해'

brain-1093904_960_720.jpg » 저장된 뇌파 기록은 프라이버시 노출 우려를 일으킬 수 있다. pixabay.com

뇌파는 새로운 신원 확인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같은 이미지라도 사람마다 뇌파가 반응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브레인 프린트(brainprints)’, 즉 ‘뇌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모든 디지털은 족적을 남긴다. 모든 디지털 기록은 언제나 해킹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 뇌파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이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프라이버시의 노출을 뜻한다. 기술의 명암, 어쩔 수 없는 기술의 사회적 속성이다.
   
출처
http://qz.com/669720/the-first-brain-controlled-drone-race-just-took-place-in-florida/
http://motherboard.vice.com/en_uk/read/brain-powered-drone-race
http://motherboard.vice.com/read/in-the-future-well-all-be-identified-by-our-brainprints
버클리대 연구사례
http://www.bbc.com/future/story/20140717-i-can-read-your-mind
뇌파로 신원확인
http://www.huffingtonpost.kr/2016/04/25/story_n_9769844.html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3D프린팅 알약, 삼키는 고통을 없애주다

sp1.jpg » 3D 프린팅 방식으로 만든 간질 치료제 '스프리탐'. Aprecia 제공

입안에서 금세 녹아버리는 알약
 미 제약회사, 세계 첫 시판 시작

시장에 새로운 약을 내놓으려면 긴 세월에 걸친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그리고 당국의 약품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는 데는 대개 몇년이 걸린다.
미국의 제약회사 아프레시아(Aprecia)가 개발한 3D 프린팅 방식의 알약 스프리탐(Spritam)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발작장애(간질) 치료제인 스프리탐은 이런 과정을 거쳐 최근 미국 시장에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3D 프린팅 알약이 개발 단계를 넘어 마침내 실생활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미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지 7개월만이다.
이 알약은 아프레시아가 자체 개발한 집도즈(ZipDose)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집도즈 기술이란 기존 알약처럼 압축이나 펀칭, 금형 등으로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 분말과 수용성 액체를 번갈아 뿌리면서 가루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을 가리킨다. 액체가 굳은 뒤엔 약이 딱딱해지지만 작은 공기 구멍들이 많아 한 모금의 물만으로도 금세 녹아버린다. 약이 전부 녹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초(최단 2초~최장 27초)라고 한다.

sp33.jpg » 스프리탐 제조 과정. 먼저 약 분말을 얇게 도포하고 그 위에 수용성 액체를 떨어뜨린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알약을 완성한다. Aprecia 제공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간질환자들

이 다공성 알약은 약물 투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딱딱한 알약의 경우 어떤 이들은 단번에 잘 삼키지만, 어떤 이들은 상당한 애를 먹는다. 약 복용자의 40~50%가 알약을 삼키는 걸 힘겨워 한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특히 발작장애 환자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dysphagia) 증상을 호소한다. 설상가상으로 알약은 복용량이 증가하면 크기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심할 경우에는 호스로 약을 밀어넣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약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해 약 복용을 아예 포기하는 환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개인별 맞춤형 알약 제조 가능

아프레시아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약을 제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곳곳에 구멍이 나 있어 약은 약간의 액체만으로도 환자의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따라서 굳이 물을 따로 마실 필요 없이 침만으로도 손쉽게 약을 복용할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이 알약을 삼키는 고통에서 환자들을 단번에 해방시켜준 셈이다.
3D 프린팅 방식을 활용하면 또 개인별로 복용량을 달리한 알약 제조도 가능해 맞춤형 약품  시대를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전까지는 일정한 크기로 제조한 알약을 환자의 상태나 신체에 맞게 약을 쪼개서 복용하도록 했지만이제는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약물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직접 제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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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레시아는  스프리탐을 일단 4가지 용량(250mg, 500mg, 750mg, 1000mg)으로 제조해 시판하고 있다. 용량이 클수록 약도 커지지만 이젠 더 이상 걱정 안해도 된다. 입 안에 넣자마자 곧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아프레시아는 "미국에서 3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간질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3D프린팅 알약은 복약 관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
https://www.spritam.com/
http://3dprint.com/125522/aprecia-epilepsy-drug/

뇌 이식 칩이 마비된 손을 움직였다

HandMovement2.jpg » 사진 오하이오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 WEXNER MEDICAL CENTER/ BATTELLE)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손발을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건 현대 의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이다. 미국의 파인스타인의학연구소와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10여년의 연구 끝에 신경과학과 생리학, 공학의 협력을 통해 이 난제를 풀어내는 개가를 올렸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 내용을 보면, 이는 뇌파를 이용해 마비된 근육에 자극을 주는 ‘신경 우회(neural bypass)’ 시스템이다. 신경 우회란 손상된 신경 부위를 통하지 않고 직접 뇌와 신체부위를 연결한다는 뜻이다. 이 시스템은 3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신경세포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작은 콩 만한 칩이다. 이것을 대뇌 피질 안쪽에 심어 칩의 미세전극층을 통해 뇌 신호를 감지한다. 두번째는 뇌파를 읽어내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세번째는 10여개의 전극이 있는 손목밴드다. 칩이 읽은 뇌파 신호를 전자파로 바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전선을 통해 신체 부위의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다.
HandMovement4.jpg

5년 동안 팔이 마비된 상태로 지내온 미 오하이오주립대 학생 이안 버크하트(24·Ian Burkhart)가 첫 시술을 받아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 청년은 19살 때 다이빙을 했다가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연구팀은 버크하트에게 손을 움직이는 생각을 하게 한 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변화를 촬영해 어떤 뇌 부위가 손 동작을 제어하는지 알아냈다. 버크하트는 현재 손가락들을 움직이고, 손목과 손으로 몇가지 동작을 할 수 있는 상태이다. 물컵 들어올리기, 수화기 들기, 기타 연주 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시스템은 실험실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일반 환자들이 이 시스템의 혜택을 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출처
http://www.kurzweilai.net/quadriplegic-man-is-first-to-regain-use-of-hand-and-fingers
http://mashable.com/2016/04/13/paralyzed-man-hand-movement/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rKcnJIEaKg
 

2016년 4월 25일 월요일

스칼렛 요한슨을 닮은 로봇이 던진 화두

robo5.jpg » 홍콩의 한 아마추어 로봇전문가가 만든 여성 로봇. 유튜브 갈무리

사람을 닮은 로봇…호감인가 불쾌감인가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불쾌한 골짜기) 현상이라는 게 있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주장한 이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기계 뭉치에 불과했던 로봇의 모습이 점차 사람과 비슷해지면서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어느 단계부터는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 그러다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다시 호감도가 높아진다. 이때 ‘비슷한 로봇’과 ‘똑같은 로봇’ 사이에서 거부감이 존재하는 단계를 ‘언캐니 밸리’라고 부른다.

unca.jpg » 일본 모리 박사의 '언캐니 밸리' 그래프. 위키피디아

아마추어가 만든 스칼렛 요한슨 로봇

홍콩의 한 아마추어 로봇 애호가가 ‘언캐니 밸리’ 현상을 연상시킬 수도 있는 로봇을 만들어 최근 선보였다. 그는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은 채 할리우드 스타를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지만, 외신들은 그가 만든 로봇이 할리우드의 대표적 섹시 스타로 통하는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의 얼굴을 닮았다고 일제히 전했다. 리키 마(Ricky Ma)라는 이름의 이 42살 남성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과 로봇에 푹 빠져 지내면서 언젠간 자신이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여성 로봇은 안드로이드 로봇의 권위자인 일본  이시구로 히로시(http://www.geminoid.jp/en/index.html)  같은 프로 전문가들이 제작한 것에 비하면 물론 거칠다. 하지만 제법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웃을 줄도 알고 윙크도 할 줄 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할 줄도 안다. 팔과 다리도 움직인다. “아름답다”(뷰티풀)는 칭찬을 받으면 "고맙다"(땡큐)고 대꾸할 줄도 안다.
  
독학으로 제작 기술 터득…기술의 민주화?

그가 만든 여성 로봇은 크게 두 가지 화두를 던져준다. 첫째는 로봇 기술의 대중화 또는 민주화다. 이번 사례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장기간에 걸친 학습과 교육 지도를 받아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로봇 제작기술이 어느새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 다가왔음을 시사해준다. 카네기멜론대의 크리스 앳키슨(Chris Atkeson)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옷 같은 걸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해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누구나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금속이나 단단한 플라스틱을 다루는 기술에서 섬유, 직물을 다루는 기술로 넘어가는 건 엄청난 변화다. 기술 민주화라는 혁명이 진행중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마는 오로지 독학으로 로봇 제작에 필요한 로봇공학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제작도 손수했다. 갈비뼈와 골반을 비롯한 로봇 신체의 70%는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피부는 실리콘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DIY 로봇이다. 이런 식으로 로봇을 만드는 데 든 돈은 5만달러(6천만원). 제작기간은 1년 반이 걸렸다. 대형 승용차 구입에 맞먹는 비용을 지출하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렸지만, 제작 경험이 쌓여 매뉴얼이 만들어진다면 비용과 제작기간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겨냥한 듯, 그는 로봇 애호가들을 위해 자신의 로봇 제작 경험을 담은 책을 쓸 예정이다.

robo2.jpg » 로봇 신체의 70%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제작했다.

원하는 여성을 직접 만든다…인격체의 대상화?

두 번째는 인격체의 대상화 또는 객체화다. 그는 이 로봇에 ‘마크원’(Mark 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 로봇의 외모는 단박에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유명인을 연상시킨다. 이 여성 로봇은 그가 심어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과 표정, 말을 한다. 이는 여성의 눈에 들기 위해 거액의 선물이나 데이트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그 돈으로 오로지 자신을 즐겁고 기쁘게 해주도록 프로그래밍된 여성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에게 퇴짜를 놓은 여성을 닮은 로봇을 직접 만들어 대리만족을 하며 놀 수도 있다.

robo1.jpg » 로봇 제작자 리키 마가 로봇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물론 특정인의 외모를 닮은 인형은 지금도 얼마든지 주문제작이 가능하다. 미국의 유명 인형 브랜드 '아메리칸 걸'에서는 자녀들의 실제모습을 빼닮은 복제 인형을 부모들에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마가 만든 로봇은 돌부처 같은 인형이 아니라, 실제처럼 움직이고 웃고 간단한 말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누군가를 닮은 로봇을 만들어 갖고 노는 행위는 괜찮은 걸까? 마는 이 로봇을 자신의 집에서 제작했다. 개인의 전유 공간 내에서 일을 벌인 것. 사생활 영역에 사회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로봇이 사적인 공간을 벗어나 공개석상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초상권 침해가 문제가 된다. 로봇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했느냐에 따라선 모욕죄가 성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88-smithsonian-vanna-crop.jpeg » 1988년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미국의 스타 방송인 바나 화이트를 연상시키는 로봇이 포함돼 피소를 당한 삼성의 광고. 스미소니언닷컴.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유명인사를 닮은 로봇을 등장시켰다가 실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여럿 있다. 예컨대 삼성은 1990년대 초반에 미국의 스타 방송인 바나 화이트(Vanna White)를 연상시키는 로봇을 등장시킨 광고를 내보냈다가 소송을 당해 패소한 적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는 더 많은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이 시제품을 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요한슨이 법적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요한슨은 그동안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숱한 남성들한테 시달리는 유명세를 치렀다. 그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누드사진을 훔쳐간 사이버스토커는 2012년 1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robo4.jpg » 성의 상품화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인격체의 대상화 논란을 일으킨다.

마가 만든 마크원은 '인격체' 요한슨을 ‘객체’로 바꿔놓았다. 이는 성의 상품화와는 또다른 차원의 음울하고 비틀어진 미래의 인간관계, 남녀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3D 프린팅 기술 발전으로 요한슨 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원치 않는 그들의 ‘소유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업화하려는 유혹은 결국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리키 마 역시 자신의 경험을 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등을 통한 펀딩에 나설 생각을 하고 있다.


 
출처
http://uk.reuters.com/article/us-hongkong-robot-idUKKCN0WY3VG
http://www.wired.com/2016/04/the-scarlett-johansson-bot-signals-some-icky-things-about-our-future/
http://mashable.com/2016/04/04/scarlett-johansson-robot/?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utm_source=newsletter&utm_cid=mash-prod-email-topstories&utm_emailalert=daily#aPeDBP52MsqL
http://www.newequipment.com/Main/topstories/Scarletts-RoboClone-Weird-Science-or-Perverting-Na-1313.aspx
http://www.newequipment.com/Main/topstories/Battle-of-the-Sexy-Bots-1331.aspx

2016년 4월 15일 금요일

트럭 플래투닝, 기차처럼 달린다

pl1.jpg »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몇대의 트럭이 집단으로 밀착주행하는 플래투닝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eutruckplatooning.com/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트럭 집단주행 기술

자동차 자율주행 하면 우선 일반 승용차나 택시를 연상케 된다. 하지만 사실 이 기술이 더 절박한 분야는 화물트럭이다. 트럭 운전이야말로 운송 부문에서 3D 직군에 속한다. 게다가 화물트럭은 사고가 나면 승용차에 비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훨씬 크다.  승용차 자율주행 기술에선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지만, 트럭 자율주행 기술에선 전통의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훨씬 더 적극적이다. 독일의 다임러는 2014년에 독일 마그데부르그에서 세계 첫 자율주행 트럭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엔  프라이트너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s)으로 미국 네바다주로부터 도로 주행 면허를 받았다.

pl12-daf.jpg » 네덜란드의 DAF 플래투닝. 유럽트럭플래투닝 제공

앞트럭을 1초 이내 간격으로 꼬리물기 주행

트럭 자율주행 기술에는 승용차와는 다른 지향점이 있다. 이른바 트럭 플래투닝(Truck Platooning)이다. 플래투닝이란 몇대의 트럭이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뒷차가 앞차를 1초(또는 15미터) 간격 이내로 바짝 따라붙어 꼬리물기주행(tailgating)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대의 트럭이 마치 기차의 객차칸처럼 하나로 연결돼 달리는 격이다. 

pl22.jpg » 트럭 플래투닝 개념도. TNO 보고서에서 인용.

뒤에 있는 트럭은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을 이용해 앞트럭의 위치, 방향, 속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따라간다. 뒷트럭의 운전자는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 당국과 업체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건 이를 통해 트럭수송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pl11.jpg » 4월6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한 6개 업체의 트럭들. 유럽트럭플래투닝 제공

6개 업체 트럭군단의 플래투닝 챌린지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2016’(European Truck Platooning Challenge 2016)란 이름으로 사상 최초의 트럭 집단주행 경연을 열어 이 기술 활성화에 나섰다. 이번 행사에는 네덜란드의 다프(DAF), 독일의 다임러와 만(MAN), 이탈리아의 이베코(Iveco), 스웨덴의 스카니아(Scania)와 볼보 등 6개 업체의 트럭군단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스웨덴, 독일, 벨기에에서 출발해 트럭 플래투닝 기술로 주행하면서 지난 6일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다임러에선 3대의 트럭이 슈투트가르트에서 로테르담까지 600킬로미터를 달렸고, 스카니아의 트럭 군단은 4개국 국경을 넘어 2000킬로미터를 질주했다.

pl13-daimler.jpg » 다임러 플래투닝.

앞트럭이 바람막이…연료 소비량 15% 줄어

네덜란드응용과학연구소(TNO)에 따르면 트럭 플래투닝의 장점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연료 소비량이 15% 가량 적어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앞선 트럭이 뒷트럭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뒤에서 따라오는 트럭은 후류(고속 주행 중인 자동차의 뒤쪽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 기압이 낮은 상태)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가 크게 줄어든다. 연료를 훨씬 덜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트럭 2대가  짝을 이뤄 한 해 10만마일을 달린다고 가정할 경우, 플래투닝만으로 연료비 6천유로(약 785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pl14-iveco.jpg » 이베코 플래투닝.

운전자보다 14배나 빠른 브레이크 시스템

둘째 사고율이 낮아진다. 운전자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볼보의 응급브레이크 시스템, 다임러의 고속도로파일럿연결(Highway Pilot Connect system) 시스템 등의 기술을 이용하면 브레이크 반응시간이 0.1초 이내로 짧아진다. 인간 운전자의 반응시간인 1.4초보다 14배나 빠른 속도다. 안전성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트럭들은 서로 와이파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동시 제동이 가능하다. 이는 갑작스런 제동에 따른 추돌사고 가능성을 막아준다.



친환경, 경제성, 안전성 세마리 토끼 잡는다

셋째 교통 정체를 완화시켜준다. 밀착 집단주행을 하므로 차간 간격이 좁은데다, 거의 동시에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3대의 트럭이 플래툰 모드로 주행할 경우 선두차 맨앞에서 후발차 맨끝까지의 거리는 80미터에 불과하다고 한다. 운전자가 수동으로 조작할 경우 185미터 정도 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거리다. 보통 주행하는 트럭간 거리는 50미터로 잡고 있다. 교통 정체의 완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결국 트럭 플래투닝 기술로 친환경성과 경제성, 안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pl15-man.jpg » 만 플래투닝.

유럽대륙의 새로운 수송망을 지향한다

멜라니 슐츠(Melanie Schulz) 네덜란드 인프라환경장관은 행사를 마친 뒤 “사상 첫 실험 결과가 매우 유망하게 나왔다”며 “여기서 얻은 경험은 자율주행 수송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소중한 정보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럭 플래투닝에는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있다. 기술적인 장벽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 국가들의 법률과 제도 차이에서 오는 장벽도 있다.  사실 어떤 신기술이든 실제 현실에 적용하려면 제도와 법률의 장벽을 넘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충분한 수요가 있는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최종적으로는 아마도 이것이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일단 유니레버나 네덜란드의 주요 슈퍼마켓 업체들은 트럭 플래투닝 기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상용화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트럭 플래투닝은 유럽 대록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수송망으로 등극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pl16-scania.jpg » 스카니아 플래투닝.

네덜란드, 2020년 트럭 플래투닝 상용화 목표
또 하나, 이런 신기술은 결국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열차의 기관사처럼 앞트럭을 책임지는 한 명의 운전자가 뒤따라 오는 트럭까지 동시에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더 발전하고 안전성이 입증되면 트럭 군단 전체가 운전자 없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럭 운전자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물류업체들로선 반색할 만한 수송 시스템이다.

pl18-route.png » 6개 업체들이 트럭 플래투닝 경연을 펼친 루트.

네덜란드 정부와 DAF 등의 상용차 업체들은 2020년부터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트럭 2대의 플래투닝 주행을 시작하고, 이어 2030년부터는 선두 트럭에만 운전자가 탑승하는 2단계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플래투닝 소개 동영상 



출처
유럽트럭플래투닝챌린지2016 홈페이지
 https://www.eutruckplatooning.com/default.aspx
트럭 플래투닝의 효과에 관한 보고서(TNO)
https://www.tno.nl/en/about-tno/news/2015/3/truck-platooning-driving-the-future-of-transportation-tno-whitepaper/
관련기사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6/04/10.htm#.VwtOvp5JmUk
http://futurism.com/autonomous-trucks-drove-2000-km-across-europe/
http://www.gizmag.com/eu-truck-platooning-challenge-success/42714/
http://www.gizmag.com/daimler-connected-autonomous-trucks-challenge/42631/
  http://mashable.com/2016/04/05/mercedes-actros-platoon-europe/?utm_medium=email&utm_campaign=daily&utm_source=newsletter&utm_cid=mash-prod-email-topstories&utm_emailalert=daily#QKz2sK.DMPqj
참고
http://weeklytrade.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136&item=&no=9886
http://www.ksg.co.kr/news/news_view.jsp?bbsID=news&bbsCategory=KSG&categoryCode=search&pNum=106883
 

2016년 4월 14일 목요일

중국, 축구 선수 5천만명 양성한다

00243351_P_0.jpg » 중국이 2050년 세계 최고의 축구팀 만들기에 나섰다. 사진은 2002년 한일월드컵 광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코스타리카 경기에서 관중석의 대형 오성홍기 아래로 중국 선수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2050년 월드컵 우승 프로젝트 가동

중국이 축구 선수층을 5천만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5천만이면 우리나라 인구 규모다. 2050년까지 세계 최강 남자축구팀을 만들기 위해서다. 세계 제일 가는 인구의 힘으로 축구 정상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1차 목표는 2030년 이전에 남자 축구팀은 아시아를, 여자 축구팀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이런 내용의 ‘중국 축구 중장기 발전계획(2016-2050)’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20년까지 초·중생 3천만명을 포함해 선수층을 5천만명으로, 축구 특화 학교도 지금의 두 배인 2만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축구장 신설 및 개보수를 통해 축구장 수도 7만개로 확충한다. 2030년까지는 인구 1만명당 축구장 한 개씩은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인해전술에다 물량공세까지 겸했다.
시진핑의 축구사랑이 만든 청사진

China-aims-to-build-world-class-football-team-by-20502.jpg » 세계 최강 축구팀을 만들기 위해 3천만명의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양성할 작정이다. cctv-america.com

중국의 과감한 축구 청사진은 열렬한 축구팬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과 관련이 있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후 축구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월드컵 자력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꿈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 있을 뿐이다.
축구 코치 1만명, 어디서 충당할까

05007572_P_0.jpg » 그 많은 축구 선수들을 가르칠 코치들은 어디서 데려올까? 2014년 4월 1일 중국 지난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기자회견에서 산둥 루넝의 쿠카 감독과 왕용포 선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중국은 축구 청사진을 실천하기 위해 축구 코치 1만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요에 부족한 코치를 충당하고 이른 시일 안에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축구 강국의 코치들에게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중국에서 한국인 축구 코치 모시기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미리 중국어를 배워두면 좋겠다.

출처
http://www.foxsports.com.au/football/china-football-development-plan-envisions-50-million-players-by-2050/news-story/07b3c823de2e352618c399292bf38c22
http://www.thesun.co.uk/sol/homepage/sport/football/7072325/China-want-50-MILLION-footballers-by-2050-to-help-make-them-world-football-superpower.html
http://www.cctv-america.com/2016/04/12/china-aims-to-build-world-class-soccer-team-by-2050 

2016년 3월 30일 수요일

쩍벌남이 꼰남보다 데이트 성공률 높다

czyxhjnmbafeq6zxog6f.jpg » 팔과 다리를 크게 펴고 벌린 사람이 이성의 상대방으로 더 호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tinder.com


팔, 다리 벌리면 첫 만남 성공률 높아

두 팔을 쭉 펴고 두 다리를 벌리면서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처음 만난 이성에게 호감을 더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자세는 우월과 개방, 그리고 생물학적으론 우성(優性)을 상징한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최근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소셜 데이트 앱과 집단미팅(스피드 데이팅=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짧게 만나는 것)을 통해 이성을 처음 만날 경우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실험한 결과,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자세를 취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더 호감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zz.jpg » 두 팔과 발을 벌린 자세. pnas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각각 서로 다른 자세를 취한 사진을 찍도록 했다. 하나는 두 팔과 다리를 쫙 펴거나 벌린 ‘쩍벌’(expansive) 자세를, 다른 하나는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포갠 ‘꼰’(contractive)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두 유형의 사진을 소셜 데이트앱 틴더(Tinder)에 게시했다. 온라인에서 짝을 찾는 사람들은 데이트 파트너 사진을 빠르게 휙휙 넘기면서 순식간에 결정을 내린다. 실험 결과 쩍벌 자세를 취한 사람을 고르는 경향이 뚜렷했다. 25%나 더 많았다.
zz1.jpg » 팔짱을 끼고 다리를 오무리거나 꼰 자세. pnas

남성이든 여성이든 같은 결과 나와

온라인이 아닌 실제 집단미팅 현장에서도 '쩍벌' 자세를 취했을 때 상대방이 ‘애프터 신청’을 더 많이 받아들였다. 144건의 집단미팅 현장 영상을 분석한 결과, 팔다리를 벌렸을 경우에 다음번 만남(애프터) 신청을 승락하는 비율이 두배나 높았다. 웃음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ZZZ5.jpg » 성별에 관계없이 쩍벌 자세가 이성으로부터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겨레신문

연구진은 “두 실험 결과는 성별에 관계 없이 남성, 여성 모두 같은 경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다만 소셜 앱에선 여성보다 남성의 경우에 쩍벌 자세 채택 경향이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에 대해, 동물 세계에서 수컷 고릴라가 동작을 크게 하며 달리는 것이나 수컷 공작이 깃털을 활짝 펴 암컷을 유혹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실험은 어디까지나 일리노이주립대 학생과 샌프란시스코 온라인 데이트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모든 그룹에 실험 결과를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에 대한 호감도의 기준은 생활환경이나 지역문화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3/simple-change-stance-could-dramatically-increase-your-dating-success?et_rid=17776030&et_cid=372153
http://www.pnas.org/content/early/2016/03/23/1508932113
http://mic.com/articles/139186/want-to-look-more-confident-on-tinder-straighten-your-posture#.SqaJdoAQU
http://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6/03/is-manspreading-sexy/475728/
http://www.medicaldaily.com/dating-game-body-language-physical-attraction-online-dating-379725

2016년 3월 23일 수요일

창업 100돌 BMW의 '다음 100년' 콘셉트카

b10.jpg » 창업 100주년을 맞아 공개한 콘셉트카 '비전 넥스트 100'. BMW 제공

올해로 창업 100주년을 맞은 독일의 자동차제조업체 BMW가 7일(현지시간) 기념행사를 갖고 ‘다음 100년’의 꿈을 담은 새 콘셉트카 ‘비전 넥스트 100’(Vision Next 100 )을 발표했다. 뮌헨 본사에서 공개한 이 콘셉트카는 이 회사가 그동안 내놓은 콘셉트카 중 가장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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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여건 따라 차 외관을 바꿔주는 트아이앵글

그렇다고 BMW의 전통적 디자인을 버린 건 아니다. 예컨대 1930년대 이후 BMW 디자인의 상징이라고도 할 콩팥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대로 살렸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양에서는 모두 먼 미래를 내다본 구상을 담았다. 우선, 운전석 앞의 대시보드는 가상현실 디스플레이로 대체했다. 대시 보드 자리에는 BMW가 '얼라이브 지오메트리'(Alive Geometry)라고 이름붙인 800개의 변형 트라이앵글이 있다. 이 장치에는 2가지 주요 기능이 있다. 우선 전방에 사고나 사물의 출현을 알려주는 아날로그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다른 하나는 주행 속도에 따라 최적의 공기역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차 앞부분의 모양을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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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땐 핸들이 안으로 쏙

이 콘셉트카 역시 최근의 다른 콘셉트카들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기술을 전제로 한다.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고 싶을 땐 ‘부스트’(Boost) 모드를 택하면 된다. 그러면 자동차가 전면의 창에 적절한 주행노선을 표시해 준다. 자율주행 모드인 이즈(Ease) 모드를 택하면 핸들(스티어링 휠)이 안으로 쏙 들어가고 실내는 더 편안하고 넓은 휴식 공간으로 바뀐다. 좌석도 운전자와 동승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열 방향 등이 달라진다. 전면의 창은 엔터테인먼트용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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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에게 최적의 주행을 조언해주는 컴패니온

이 콘셉트카에서 가장 놀라운 아이디어는 컴패니온(Companion)이라 불리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차 소유주의 습관과 행동에 대한 학습을 통해, 그가 선호하는 최적의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기능이다. 지성과 연결성, 효용성을 상징하는 보석같은 역할을 하는 기능이라고 BMW는 설명한다.

BMW15.JPG » 독일 뮌헨의 BMW 본사. 위키피디아.

1차대전 중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로 출발

BMW는 애초 세계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3월7일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그러나 1차대전이 끝난 뒤 패전국 독일의 군용기 제작이 금지되자 자동차 제작으로 전환하고, 회사 이름도 ‘바이에른 자동차 제작소’(BMW=Bayerische Motoren Werke)로 바꿨다. BMW 로고는 항공기의 프로펠러 모양을 본뜬 것이다. BMW에는 현재 14개국에 공장에서 11만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800억유로(약 105조6천억원)에 이른다. 모터사이클부터 소형차, 럭셔리카,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연간 200만대를 생산한다.

 

출처
 http://www.theverge.com/2016/3/7/11171986/bmw-vision-next-100-concept-car-augmented-reality
 http://www.bmwblog.com/2016/03/07/transformations-visions-bmws-view-future/
 https://www.bmwgroup.com/en/next100/brandvisions.html
 http://www.next100.bmw/en/index.html
  콘셉트카에 적용될 3D 프린팅 기술
   http://3dprintingindustry.com/2016/03/08/bmw-conceives-of-4d-printing-hyper-futuristic-concept-car/
  베엠베 디자인 특징
 http://weekly.cnbnews.com/news/article.html?no=116696
  
 

3년후 알파고보다 더 센놈이 온다

145791664606_20160315.jpg » 지난 14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5번기 4국에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알파고가 화면에 띄운 패배 인정 메시지. “그만하겠다”(AlphaGo resigns)는 내용이다. 한겨레신문

MIT가 선정한 2016년에 주목할 '10대 혁신기술'

세기의 대국으로 주목받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압도적인 기세로 바둑의 최고수를 제압했다. 이번 대결은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경탄과 디스토피아적 두려움, 기대와 고민을 동시에 안겨줬다. 알파고는 개발자들이 구축한 '인공 신경망을 활용한 딥러닝'이라는 학습 방법에 따라 바둑 훈련을 받고, 불과 몇개월만에 인간 최고수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막판엔 몇가지 약점을 노출했지만 학습의 성과는 놀라웠다.
그런데 3~5년 뒤에는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아닌 로봇이 로봇을 가르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최근 발표한 ‘2016년 10대 혁신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 2016)에서 전망한 로봇 기술의 미래다. <리뷰>는 2002년부터 해마다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해주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는 혁신기술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15번째인 올해도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거나 그 과정에 있는 기술들을 선정했다.

 robot34.jpg » 다양한 물건을 집어 올리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는 리싱크 로보틱스의 '백스터' 로봇. 물건을 집어 올리는 방법을 터득한 로봇은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로봇이 사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바꿔 클라우드를 통해 보내준다. MIT테크놀로지 리뷰.

인간의 개입 없이 로봇끼리 가르쳐준다

이 가운데 로봇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상호학습 로봇’ 기술이 포함됐다. 상호학습 로봇이란, 말 그대로 로봇이 로봇을 가르치는 기술을 말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 인터넷망을 통해 로봇들끼리 학습 정보를 주고 받으며 서로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는 로봇의 지적 능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창고에서 짐 묶기, 몸져누운 환자 돕기, 전선에 나가 있는 병사 돕기 등 사람이 로봇에게 시키고 싶어하는 일들 가운데 다수는 현재의 로봇에겐 벅찬 일이다. 로봇들이 아직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고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아주 단순한 일상행위, 예컨대 양말을 신거나 물컵을 집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로봇이라도 로봇에겐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미 브라운대 컴퓨터과학자 스테파니 텔렉스(Stefanie Tellex) 교수는 ‘사람들은 아동기라는 빅데이터 수집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로봇이 일상의 일을 사람처럼 유연하게 수행하려면 사물을 잡고 조작하는 방법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런 데이터는 어디서 올까? 그동안은 공들여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로봇 상호간에 학습 내용과 결과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스스로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여기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을 찾아내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텔렉스 교수는 ‘백만개체 도전’ 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로봇에게 물건을 집어드는 능력을 학습시키고 있는 텔렉스 교수는, 다양한 물건 집기 데이터들이 쌓이면 결국엔 처음 보는 물건도 로봇이 쉽게 집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5~10년후 '로봇 능력의 폭발'을 목격한다

앞으로 3~5년 후에는 이런 식으로 일을 배워 처리하는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리뷰>는 밝혔다. 머리만 쓰던 알파고가 손과 발까지 활용하게 되는 셈이다. 상호학습 로봇 역시 알파고처럼 처음엔 사람 흉내를 내는 데 급급하다가, 데이터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 사람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텔렉스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애시토시 색시나(Ashtosh Saxena) 박사는 "5~10년후에는 로봇 능력의 폭발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호학습 로봇이나 알파고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 키워드는 '연결'이다. 알파고는 1200여개의 CPU를 연결해 구축한 인공신경망으로 실력을 쌓았다. 상호학습 로봇은 클라우드를 통해 전세계의 로봇들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인간을 따라잡으려 하는 인공지능과 로봇 앞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높여가는 최고의 방법도 사람간의 '연결', 즉 협력(또는 집단지성)은 아닐지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로봇팔을 장착한 알파고가 직접 바둑돌을

텔렉스 교수팀과는 별도로 구글 역시 알파고에 적용한 딥러닝과 신경망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슷한 방식으로 로봇 능력을 확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리서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카메라로 연결된 14대의 로봇 팔이 각각 물체를 집어서 옮기는 미션을 수행한다. 로봇팔들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터득하는 게 이 미션의 목표다. 텔렉스 교수나 구글의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몇년 뒤에는 로봇팔을 장착한 알파고가 직접 바둑돌을 놓고 대국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생명공학 부문

immune.jpg » 면역세포를 투여받아 백혈병 치료에 성공한 아기. 유튜브 갈무리(https://www.youtube.com/watch?v=SoLi0t6e2s0)

면역공학과 유전자편집 농작물

올해 선정된 10가지 기술들 가운데는 생명공학 부문이 3가지나 꼽혔다. 분야별로 보면 가장 많은 숫자다. 생명윤리 논란의 와중에서도 인류는 바이오 시대 한가운데로 나아가고 있음을 실감케 해준다.
<리뷰>는 우선 면역공학 기술을 꼽았다. 유전공학 기법으로 면역세포를 만들어내 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다. <리뷰>는 생후 3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영국 런던의 라일라 리차즈(Layla Richards)라는 아기의 사례를 들었다. 기존 요법으로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 이 아기는 만 12달이던 지난해 6월,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면역력을 강화시킨 T세포를 투여받았다. 그러자 백혈병 진행이 멈췄다. 현재 300여명이 이 아기와 같은 임상시험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 막 시작된 이 기술은 1~2년이면 실험 단계를 벗어나 실제 병원 치료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리뷰>는 내다봤다.
 유전자가위(CRISPR)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 농작물은 농업의 미래를 바꿀 기세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농작물의 수확량을 늘려주고 질병과 가뭄 등을 견뎌내는 특성을 아주 쉽고 정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란 유전자에서 특정 DNA를 잘라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말한다. 외부로부터 유전자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GMO(유전자변형작물) 규제 규정과 소비자들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실험실 차원에서 균에 강한 밀, 수확량이 많은 벼 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농무부는 크리스퍼와 좀 다른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옥수수, 감자 등에 대해 이미 GMO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5~10년 후에는 상용화될 것으로 <리뷰>는 예상했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도 어찌됐든 유전자에 손을 대는 것이므로 생명윤리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dna app.jpg » 애플 앱스토어처럼 약간의 이용료만 내면 개인의 DNA 정보를 분석해 알려주는 DNA 앱스토어가 등장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유전정보 분석해주는 온라인 장터 'DNA 앱 스토어'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의 건강 위험 척도를 손쉽게 알 수 있는 DNA 앱 스토어가 등장한다는 소식도 매우 흥미롭다. 세계 최대의 게놈 해독기 개발업체인 미국 일루미나가 지난해 여름 1억달러들여 자회사 헬릭스(Helix)를 세우고, DNA 앱 스토어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일루미나의 구상은 이렇다. 헬릭스를 통해 개개인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게놈 해독 서비스를 한다. 헬릭스는 이 정보를 클라우드에 올려놓는다. 이와 별도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DNA 정보를 분석해 각종 질병 등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헬릭스의 앱 스토어에 올려놓는다. 게놈 해독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암 위험도를 알고 싶으면 유방암 앱을, 치매 위험도를 알고 싶으면 치매 앱을 각기 구매한다. 그런 다음 구매한 앱에 접속하면 앱 프로그램이 클라우드에 있는 고객의 게놈 정보를 분석해 그 결과를 알려준다. 헬릭스는 DNA 앱 스토어 아이디어를 한마디로 ‘한번 해독, 수시 조회’(sequence once, query often)라고 표현한다. 한 번 해독한 게놈을,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조회해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 리스크나 신체 특성 등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게놈은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그때그때마다 다시 게놈 해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데 착안한 서비스다.
일루미나는 싼 값에 한 개인의 게놈을 해독해 줄 수 있다면 방대한 양의 개인 게놈 플랫폼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자사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100달러 정도면 중요한 게놈 정보는 모두 담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처음 게놈 분석을 할 때는 100달러이지만, 그 다음에 앱을 통해 특정 용도의 분석을 할 때는 그 몇분의 1정도면 된다. 다시 게놈 해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DNA 앱 스토어 판매 수익은 애플 앱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헬릭스와 앱 제작자가 나눠 갖는다. 헬릭스는 올해 안에 DNA 앱 스토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참고 :http://goldbio.blogspot.kr/2015/08/helix-illumina.html
 
■ 운송 부문

 launch.jpg » 발사 뒤 회수와 재발사에 성공한 블루 오리진의 로켓. 블루 오리진 제공

로켓 재활용 실험 성공…우주여행 시대 성큼

운송 부문에서도 2가지가 선정됐다. 하나는 로켓 재활용 기술,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꼽혔다. 지금까지의 로켓은 한 번 쓰고 나면 버려야 했다. 우주로 날아 올라간 뒤 임무가 끝나면 지상에 추락하면서 몇몇 파편만 남긴다. 그러나 이제 로켓을 수직으로 땅에 착륙시켜 다시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우주여행의 신기원을 열어주는 기술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억만장자가 지난해 일을 내고야 말았다. 한 사람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전기차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이다. 베조스가 세운 블루 오리진은 지난해 11월,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엑스는 지난해 12월 각각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베조스는 지난 1월 회수한 로켓을 2달만에 다시 쏘아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자신감이 붙은 베조스는 이달 초 언론에 블루 오리진  로켓 공장을 처음 공개하고, 실제 우주여행에 대비해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창문이 달린 우주여객선 시제품을 현재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긴 하지만 내년에 승무원이 탑승한 시험비행에 성공하고 나면, 이르면 2018년 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인터넷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오토파일럿은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장착돼 있는 전기차 모델S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다. 특히 이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을 통해 계속해서 수시로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테슬라는 2014년 10월 모델 S를 시판하면서 10여개의 초음파센서를 범퍼와 차 양측에 내장한 4250달러짜리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별도의 옵션 사양으로 내놨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인 지난해 10월 이 옵션을 구입한 6만대의 차량에 시스템 구동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장치는 항공기의 자동항법 장치와 비슷하다. 속도를 조절하고 상황에 따라 차선을 준수하거나 변경하고, 주차도 할 수 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기능들을 자동차에 장착하고 있지만, 오토파일럿의 최대 강점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에너지 부문

solarcity.530x298.jpg » 솔라시티가 짓고는 태양광패널 기가팩토리 조감도. 솔라시티 제공

와이파이 신호에서 전기를 끌어다 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의 대규모 태양광패널 공장 '기가팩토리'와 공중 전력공급 기술이 선정됐다.  미 최대 태양광패널 업체인 솔라시티가 버팔로에 7억5천만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는 현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 역시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가 세웠다. 완공후 이 공장에서는 하루 1만개의 고효율 태양광패널이 생산될 예정이다. 한 해 1기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패널이 만들어진다. 생산이 시작되면 솔라시티는 태양광패널 제작과 설치를 함께 아우르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와트당 제작·설치비는 계속해서 하락해가고 있다. 2012년 4.73달러에서 현재 2.84달러로 떨어졌고, 이어 2017년 공장이 풀가동되면 2.50달러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남는 전기는 전력망에 내다팔 수도 있다. 따라서 주택소유자들에게는 상당한 매력 요소가 될 것이라고 <리뷰>는 전망했다. 내년이면 공장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공중 전력공급(Power from the Air)이라는 아이디어도 참신하다. 미 워싱턴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이 주변에 있는 TV나 라디오, 휴대폰, 와이파이 장치 등으로부터 나오는 전파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렇게 해서 얻는 에너지가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미미한 전기로 작동할 수 있는 작은 센서들의 전기 공급원 역할을 하는 데는 충분하다. 연구진은 인터넷에 연결된 동작, 온도 센서와 초소형 카메라를 이런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전파를 보내는 게 아니라 다른 기기의 전파를 활용하는 인터넷 기기를 수동형 와이파이 기기(passive Wi-Fi devices)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이 기기들은 제작비도 매우 저렴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의 스마트홈에 설치될 온도 센서, 연기 감지 장치, 보안 카메라 등에는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는 이런 기기기들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2~3년 후면 시중에 나올 것으로 <리뷰>는 예상한다 .
 참고: http://techholic.co.kr/archives/49440

■ 커뮤니케이션 부문

baidu.jpg » 영어 사용자들이 바이두의 딥 스피치가 자신의 말을 인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두 제공

음성인식 기술, 마침내 티핑 포인트에 이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선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메시징 도구 슬랙이 선정됐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선두주자는 중국의 1위 인터넷기업 바이두가 만든 강력한 음성인식 기술 ‘딥 스피치’다. 딥 스피치는 중국인들의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바꾸고 있다. 중국 베이징 번화가를 걷다 보면 애플, 삼성, 샤오미 등의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지 않고, 목소리로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바이두 검색엔진으로 무언가를 찾을 때 탭이나 키보드를 이용하지 않고 소리를 이용한다. 물론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구글 나우 등 다른 IT 기업들이 내놓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들도 있다. 하지한 이들은 용도가 매우 한정돼 있고 인식률도 그다지 높지 못하다. 반면 바이두의 ‘딥 스피치’는 주변소음이나 사투리에 관계없이 음성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중국에서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보다 훨씬 뛰어난 음성인식 기술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표기가 복잡한 한자 덕분이다. 중국어 표기는 라틴어발음을 따라 한자를 입력하는 병음 시스템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많은 사람들, 특히 50대 이상 노인층은 이 시스템을 사용할 줄 모른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정확한 음성인식 기술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시급한 상황이었다.



MIT의 짐 글라스(Jim Glass) 선임연구위원은 “음성 기술이 이제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리모콘을 이용하는 대신 기기에 직접 말을 걸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걸 더 선호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또 그 기기들에 직접 말을 걸 수 있다면 과거 SF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 실제 현실이 되는 셈이다.
<리뷰>는 새로운 단문메시지 도구 슬랙(Slack)이 일으키는 바람에도 주목했다. 사진 공유 서비스인 플리커(flickr)의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가 만든 슬랙은 2013년 8월 발표된 이후 북미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 외에 음성 채팅, 파일 전송도 가능해, 개인간 소통 뿐 아니라 기업의 업무용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MIT 선정 '2016 10대 혁신기술'
번호기술이용 가능 시기
1면역공학1~2년후
2유전자편집 농작물5~10년후
3재활용 로켓현재
4대화형 인터페이스현재
5상호학습 로봇3~5년후
6DNA 앱 스토어올해
7솔라시티 기가팩토리내년
8메신저 슬랙현재
9테슬라 오토파일럿현재
10공중전력공급2~3년후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com/lists/technologies/2016/#/set/id/600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