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새로운 약을 내놓으려면 긴 세월에 걸친 연구개발과, 임상시험, 그리고 당국의 약품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는 데는 대개 몇년이 걸린다. 미국의 제약회사 아프레시아(Aprecia)가 개발한 3D 프린팅 방식의 알약 스프리탐(Spritam)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발작장애(간질) 치료제인 스프리탐은 이런 과정을 거쳐 최근 미국 시장에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3D 프린팅 알약이 개발 단계를 넘어 마침내 실생활에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미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지 7개월만이다. 이 알약은 아프레시아가 자체 개발한 집도즈(ZipDose)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집도즈 기술이란 기존 알약처럼 압축이나 펀칭, 금형 등으로 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 분말과 수용성 액체를 번갈아 뿌리면서 가루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을 가리킨다. 액체가 굳은 뒤엔 약이 딱딱해지지만 작은 공기 구멍들이 많아 한 모금의 물만으로도 금세 녹아버린다. 약이 전부 녹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초(최단 2초~최장 27초)라고 한다.
» 스프리탐 제조 과정. 먼저 약 분말을 얇게 도포하고 그 위에 수용성 액체를 떨어뜨린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알약을 완성한다. Aprecia 제공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간질환자들
이 다공성 알약은 약물 투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딱딱한 알약의 경우 어떤 이들은 단번에 잘 삼키지만, 어떤 이들은 상당한 애를 먹는다. 약 복용자의 40~50%가 알약을 삼키는 걸 힘겨워 한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특히 발작장애 환자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dysphagia) 증상을 호소한다. 설상가상으로 알약은 복용량이 증가하면 크기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심할 경우에는 호스로 약을 밀어넣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약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해 약 복용을 아예 포기하는 환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개인별 맞춤형 알약 제조 가능
아프레시아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약을 제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곳곳에 구멍이 나 있어 약은 약간의 액체만으로도 환자의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따라서 굳이 물을 따로 마실 필요 없이 침만으로도 손쉽게 약을 복용할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이 알약을 삼키는 고통에서 환자들을 단번에 해방시켜준 셈이다. 3D 프린팅 방식을 활용하면 또 개인별로 복용량을 달리한 알약 제조도 가능해 맞춤형 약품 시대를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전까지는 일정한 크기로 제조한 알약을 환자의 상태나 신체에 맞게 약을 쪼개서 복용하도록 했지만이제는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약물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직접 제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프레시아는 스프리탐을 일단 4가지 용량(250mg, 500mg, 750mg, 1000mg)으로 제조해 시판하고 있다. 용량이 클수록 약도 커지지만 이젠 더 이상 걱정 안해도 된다. 입 안에 넣자마자 곧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아프레시아는 "미국에서 3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간질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3D프린팅 알약은 복약 관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사진 오하이오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 WEXNER MEDICAL CENTER/ BATTELLE)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손발을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건 현대 의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이다. 미국의 파인스타인의학연구소와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10여년의 연구 끝에 신경과학과 생리학, 공학의 협력을 통해 이 난제를 풀어내는 개가를 올렸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연구 내용을 보면, 이는 뇌파를 이용해 마비된 근육에 자극을 주는 ‘신경 우회(neural bypass)’ 시스템이다. 신경 우회란 손상된 신경 부위를 통하지 않고 직접 뇌와 신체부위를 연결한다는 뜻이다. 이 시스템은 3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신경세포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작은 콩 만한 칩이다. 이것을 대뇌 피질 안쪽에 심어 칩의 미세전극층을 통해 뇌 신호를 감지한다. 두번째는 뇌파를 읽어내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세번째는 10여개의 전극이 있는 손목밴드다. 칩이 읽은 뇌파 신호를 전자파로 바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전선을 통해 신체 부위의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다.
5년 동안 팔이 마비된 상태로 지내온 미 오하이오주립대 학생 이안 버크하트(24·Ian Burkhart)가 첫 시술을 받아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 청년은 19살 때 다이빙을 했다가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연구팀은 버크하트에게 손을 움직이는 생각을 하게 한 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변화를 촬영해 어떤 뇌 부위가 손 동작을 제어하는지 알아냈다. 버크하트는 현재 손가락들을 움직이고, 손목과 손으로 몇가지 동작을 할 수 있는 상태이다. 물컵 들어올리기, 수화기 들기, 기타 연주 등도 할 수 있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불쾌한 골짜기) 현상이라는 게 있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주장한 이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기계 뭉치에 불과했던 로봇의 모습이 점차 사람과 비슷해지면서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어느 단계부터는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 그러다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다시 호감도가 높아진다. 이때 ‘비슷한 로봇’과 ‘똑같은 로봇’ 사이에서 거부감이 존재하는 단계를 ‘언캐니 밸리’라고 부른다.
» 일본 모리 박사의 '언캐니 밸리' 그래프. 위키피디아
아마추어가 만든 스칼렛 요한슨 로봇
홍콩의 한 아마추어 로봇 애호가가 ‘언캐니 밸리’ 현상을 연상시킬 수도 있는 로봇을 만들어 최근 선보였다. 그는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은 채 할리우드 스타를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지만, 외신들은 그가 만든 로봇이 할리우드의 대표적 섹시 스타로 통하는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의 얼굴을 닮았다고 일제히 전했다. 리키 마(Ricky Ma)라는 이름의 이 42살 남성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과 로봇에 푹 빠져 지내면서 언젠간 자신이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여성 로봇은 안드로이드 로봇의 권위자인 일본 이시구로 히로시(http://www.geminoid.jp/en/index.html) 같은 프로 전문가들이 제작한 것에 비하면 물론 거칠다. 하지만 제법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웃을 줄도 알고 윙크도 할 줄 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할 줄도 안다. 팔과 다리도 움직인다. “아름답다”(뷰티풀)는 칭찬을 받으면 "고맙다"(땡큐)고 대꾸할 줄도 안다. 독학으로 제작 기술 터득…기술의 민주화?
그가 만든 여성 로봇은 크게 두 가지 화두를 던져준다. 첫째는 로봇 기술의 대중화 또는 민주화다. 이번 사례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장기간에 걸친 학습과 교육 지도를 받아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로봇 제작기술이 어느새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 다가왔음을 시사해준다. 카네기멜론대의 크리스 앳키슨(Chris Atkeson)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옷 같은 걸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을 이용해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누구나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금속이나 단단한 플라스틱을 다루는 기술에서 섬유, 직물을 다루는 기술로 넘어가는 건 엄청난 변화다. 기술 민주화라는 혁명이 진행중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마는 오로지 독학으로 로봇 제작에 필요한 로봇공학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제작도 손수했다. 갈비뼈와 골반을 비롯한 로봇 신체의 70%는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피부는 실리콘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DIY 로봇이다. 이런 식으로 로봇을 만드는 데 든 돈은 5만달러(6천만원). 제작기간은 1년 반이 걸렸다. 대형 승용차 구입에 맞먹는 비용을 지출하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렸지만, 제작 경험이 쌓여 매뉴얼이 만들어진다면 비용과 제작기간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겨냥한 듯, 그는 로봇 애호가들을 위해 자신의 로봇 제작 경험을 담은 책을 쓸 예정이다.
두 번째는 인격체의 대상화 또는 객체화다. 그는 이 로봇에 ‘마크원’(Mark 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 로봇의 외모는 단박에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유명인을 연상시킨다. 이 여성 로봇은 그가 심어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과 표정, 말을 한다. 이는 여성의 눈에 들기 위해 거액의 선물이나 데이트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그 돈으로 오로지 자신을 즐겁고 기쁘게 해주도록 프로그래밍된 여성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에게 퇴짜를 놓은 여성을 닮은 로봇을 직접 만들어 대리만족을 하며 놀 수도 있다.
마가 만든 마크원은 '인격체' 요한슨을 ‘객체’로 바꿔놓았다. 이는 성의 상품화와는 또다른 차원의 음울하고 비틀어진 미래의 인간관계, 남녀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3D 프린팅 기술 발전으로 요한슨 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원치 않는 그들의 ‘소유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논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업화하려는 유혹은 결국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리키 마 역시 자신의 경험을 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등을 통한 펀딩에 나설 생각을 하고 있다.
»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몇대의 트럭이 집단으로 밀착주행하는 플래투닝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eutruckplatooning.com/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트럭 집단주행 기술
자동차 자율주행 하면 우선 일반 승용차나 택시를 연상케 된다. 하지만 사실 이 기술이 더 절박한 분야는 화물트럭이다. 트럭 운전이야말로 운송 부문에서 3D 직군에 속한다. 게다가 화물트럭은 사고가 나면 승용차에 비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훨씬 크다. 승용차 자율주행 기술에선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지만, 트럭 자율주행 기술에선 전통의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훨씬 더 적극적이다. 독일의 다임러는 2014년에 독일 마그데부르그에서 세계 첫 자율주행 트럭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엔 프라이트너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s)으로 미국 네바다주로부터 도로 주행 면허를 받았다.
» 네덜란드의 DAF 플래투닝. 유럽트럭플래투닝 제공
앞트럭을 1초 이내 간격으로 꼬리물기 주행
트럭 자율주행 기술에는 승용차와는 다른 지향점이 있다. 이른바 트럭 플래투닝(Truck Platooning)이다. 플래투닝이란 몇대의 트럭이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뒷차가 앞차를 1초(또는 15미터) 간격 이내로 바짝 따라붙어 꼬리물기주행(tailgating)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대의 트럭이 마치 기차의 객차칸처럼 하나로 연결돼 달리는 격이다.
» 트럭 플래투닝 개념도. TNO 보고서에서 인용.
뒤에 있는 트럭은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을 이용해 앞트럭의 위치, 방향, 속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으로 따라간다. 뒷트럭의 운전자는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자동차 당국과 업체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는 건 이를 통해 트럭수송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 4월6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한 6개 업체의 트럭들. 유럽트럭플래투닝 제공
6개 업체 트럭군단의 플래투닝 챌린지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2016’(European Truck Platooning Challenge 2016)란 이름으로 사상 최초의 트럭 집단주행 경연을 열어 이 기술 활성화에 나섰다. 이번 행사에는 네덜란드의 다프(DAF), 독일의 다임러와 만(MAN), 이탈리아의 이베코(Iveco), 스웨덴의 스카니아(Scania)와 볼보 등 6개 업체의 트럭군단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스웨덴, 독일, 벨기에에서 출발해 트럭 플래투닝 기술로 주행하면서 지난 6일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다임러에선 3대의 트럭이 슈투트가르트에서 로테르담까지 600킬로미터를 달렸고, 스카니아의 트럭 군단은 4개국 국경을 넘어 2000킬로미터를 질주했다.
» 다임러 플래투닝.
앞트럭이 바람막이…연료 소비량 15% 줄어
네덜란드응용과학연구소(TNO)에 따르면 트럭 플래투닝의 장점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연료 소비량이 15% 가량 적어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앞선 트럭이 뒷트럭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뒤에서 따라오는 트럭은 후류(고속 주행 중인 자동차의 뒤쪽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 기압이 낮은 상태)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가 크게 줄어든다. 연료를 훨씬 덜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트럭 2대가 짝을 이뤄 한 해 10만마일을 달린다고 가정할 경우, 플래투닝만으로 연료비 6천유로(약 785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 이베코 플래투닝.
운전자보다 14배나 빠른 브레이크 시스템
둘째 사고율이 낮아진다. 운전자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볼보의 응급브레이크 시스템, 다임러의 고속도로파일럿연결(Highway Pilot Connect system) 시스템 등의 기술을 이용하면 브레이크 반응시간이 0.1초 이내로 짧아진다. 인간 운전자의 반응시간인 1.4초보다 14배나 빠른 속도다. 안전성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트럭들은 서로 와이파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동시 제동이 가능하다. 이는 갑작스런 제동에 따른 추돌사고 가능성을 막아준다.
친환경, 경제성, 안전성 세마리 토끼 잡는다
셋째 교통 정체를 완화시켜준다. 밀착 집단주행을 하므로 차간 간격이 좁은데다, 거의 동시에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3대의 트럭이 플래툰 모드로 주행할 경우 선두차 맨앞에서 후발차 맨끝까지의 거리는 80미터에 불과하다고 한다. 운전자가 수동으로 조작할 경우 185미터 정도 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거리다. 보통 주행하는 트럭간 거리는 50미터로 잡고 있다. 교통 정체의 완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결국 트럭 플래투닝 기술로 친환경성과 경제성, 안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 만 플래투닝.
유럽대륙의 새로운 수송망을 지향한다
멜라니 슐츠(Melanie Schulz) 네덜란드 인프라환경장관은 행사를 마친 뒤 “사상 첫 실험 결과가 매우 유망하게 나왔다”며 “여기서 얻은 경험은 자율주행 수송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소중한 정보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트럭 플래투닝에는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있다. 기술적인 장벽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 국가들의 법률과 제도 차이에서 오는 장벽도 있다. 사실 어떤 신기술이든 실제 현실에 적용하려면 제도와 법률의 장벽을 넘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충분한 수요가 있는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최종적으로는 아마도 이것이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일단 유니레버나 네덜란드의 주요 슈퍼마켓 업체들은 트럭 플래투닝 기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상용화에 필요한 모든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트럭 플래투닝은 유럽 대록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수송망으로 등극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스카니아 플래투닝.
네덜란드, 2020년 트럭 플래투닝 상용화 목표
또 하나, 이런 신기술은 결국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열차의 기관사처럼 앞트럭을 책임지는 한 명의 운전자가 뒤따라 오는 트럭까지 동시에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더 발전하고 안전성이 입증되면 트럭 군단 전체가 운전자 없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럭 운전자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물류업체들로선 반색할 만한 수송 시스템이다.
» 6개 업체들이 트럭 플래투닝 경연을 펼친 루트.
네덜란드 정부와 DAF 등의 상용차 업체들은 2020년부터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트럭 2대의 플래투닝 주행을 시작하고, 이어 2030년부터는 선두 트럭에만 운전자가 탑승하는 2단계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플래투닝 소개 동영상
» 중국이 2050년 세계 최고의 축구팀 만들기에 나섰다. 사진은 2002년 한일월드컵 광주경기장에서 열린 중국―코스타리카 경기에서 관중석의 대형 오성홍기 아래로 중국 선수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2050년 월드컵 우승 프로젝트 가동
중국이 축구 선수층을 5천만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5천만이면 우리나라 인구 규모다. 2050년까지 세계 최강 남자축구팀을 만들기 위해서다. 세계 제일 가는 인구의 힘으로 축구 정상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1차 목표는 2030년 이전에 남자 축구팀은 아시아를, 여자 축구팀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이런 내용의 ‘중국 축구 중장기 발전계획(2016-2050)’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20년까지 초·중생 3천만명을 포함해 선수층을 5천만명으로, 축구 특화 학교도 지금의 두 배인 2만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축구장 신설 및 개보수를 통해 축구장 수도 7만개로 확충한다. 2030년까지는 인구 1만명당 축구장 한 개씩은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인해전술에다 물량공세까지 겸했다. 시진핑의 축구사랑이 만든 청사진
» 세계 최강 축구팀을 만들기 위해 3천만명의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양성할 작정이다. cctv-america.com
중국의 과감한 축구 청사진은 열렬한 축구팬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과 관련이 있다. 시진핑은 2012년 집권 이후 축구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월드컵 자력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꿈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 있을 뿐이다. 축구 코치 1만명, 어디서 충당할까
» 그 많은 축구 선수들을 가르칠 코치들은 어디서 데려올까? 2014년 4월 1일 중국 지난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기자회견에서 산둥 루넝의 쿠카 감독과 왕용포 선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중국은 축구 청사진을 실천하기 위해 축구 코치 1만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요에 부족한 코치를 충당하고 이른 시일 안에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축구 강국의 코치들에게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중국에서 한국인 축구 코치 모시기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미리 중국어를 배워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