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5일 수요일

2016년 '가장 더운 해' 기록 갈아치운다

cli0.jpg » 온도 상승폭이 가장 큰 지역은 알래스카, 남아메리카 일부, 중앙 및 남부 아프리카, 남동부 유럽, 북호주 및 남호주, 북동 러시아 일부 지역 등이다.NOAA 제공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연속 최고기록 경신

지구 온난화가 새로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한국에선 관측 사상 처음으로 5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더위는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다. 올해의 3분의 1을 여름기후 속에서 살게 될 지경이다. 인도에선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4월 이후 지금까지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호주의 대보초를 비롯한 전 세계 해안지대의 산호초들은 백화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백화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산호초 안에 있던 광합성 조류(algae)가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캐나다에선 석유생산 시설이 있는 앨버트주 포트 맥머리(Fort McMurray) 지역에 산불이 나면서  건물 2400여채가 불에 타고 국제 유가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북극의 빙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나사는 지난 겨울 동안에만 미 텍사스주의 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줄었다고 밝혔다. 4월 중 북반구에서 눈 덮인 지역은 1981~2000년 평균보다 140만㎢ 더 적다. 데이터가 있는 역대 4월 중 최소면적이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온도 상승으로 빚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최근 발표된 미 해양대기청(NOAA)의 관측 자료를 보면, 지구 온도는 올해도 매달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도 예외가 아니었다. 4월의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섭씨 1.1도 높았다.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연속 최고기록 경신이다. 해양대기청이 지구 온도를 기록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유례없는 일이다. . 1~4월 누적 평균도 20세기 평균치보다 1.14도,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1~4월보다 0.3도 각각 높다. 더욱이 사람이 거주하는 육지만 보면 2.04도나 올랐다. 우리가 실제 체험하는 기온 상승은 평균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cli2.jpg »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상위 7개 연도의 온도 상승폭.상승폭은 해당월이 아니라, 1월부터 해당월까지의 평균 상승폭이다. 2016년 기온 상승폭이 단연 두드러진다. NOAA 제공

8년전 역대 최강 엘니뇨 때보다 더워

지구 온도 변화 그래프를 보면 올해의 기록은 종전 최고치들보다도 편차가 훨씬 큰 점이 두드러진다. 4월의 기온은 종전 최고치였던 2010년 4월보다 0.28도나 높다. 이는 관측 데이터가 있는 전체 1636개월 가운데서도 네번째로 높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5개월째 평균치보다 1도 이상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cli3.jpg » 1880년에서 2016년까지의 20세기 평균기온 대비 온도 편차. NOAA 제공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근거로, 아직 1~4월 기록밖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올해 연간 지구 온도가 지난해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나간 4개월의 기록들이 종전 최고 기록보다 워낙 높아 남은 8개월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사상 최고란 타이틀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기후학자 개빈 쉬미트(Gavin Schmidt)는 “2016년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말했다. 사실상 100% 장담한다는 얘기다. 앞서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지난해 말에 95%의 신뢰도로 “2016년에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후 달마다 기록이 경신되면서 예측의 적중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El_Niño_Conditions.jpg » 태평양의 엘니뇨 현상에 따른 바닷물과 공기의 흐름. 위키미디어 코먼스.

달아오른 지구를 더 가열시키는 엘니뇨

과학자들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엘니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바닷물 표면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를 가리킨다. 더워진 바닷물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면서 전세계의 기온을 높이고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그런데 지난해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엘니뇨는 1997~1998년에 발생한 슈퍼엘니뇨와 맞먹는 슈퍼급이다. 더욱이 보통 엘니뇨 발생 제2차연도는 첫번째 해보다 더 더웠다고 한다. 역대 가장 강력했다는 평가를 받는 1997~1998년 엘니뇨 때도 1998년이 1997년보다 더 더웠다. 아마도 엘니뇨가 누적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는 라니냐에 자리를 내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불꽃을 태우는 격이다. 

cli4.jpg » 영국 기상학자 에드 호킨스 박사가 만든 지구 온도 변화 그래픽. 1850년부터 2016년까지 월별 온도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호킨스 박사 트위터에서(twitter.com/ed_hawkins).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기본 영향력 '섭씨 1도'

엘니뇨가 올해의 지구기온 기록에 화룡점정을 하는 역할을 할지라도 역시 요즘의 더운 날씨는 지구온난화를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5년의 지구 기온은 지구온난화 현상이 없을 경우보다 1도 더 뜨거웠다고 추정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닌 만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1도 정도의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2016년의 지구 온도 역시 1937년 이후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이뤄낸 17차례의 기록 경신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 하반기 이후 라니냐가 시작되면 2017년에는 기온이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거대한 지구온난화의 벽이 버티고 있는 한 최고 기록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출처
https://theconversation.com/2016-is-likely-to-be-the-worlds-hottest-year-heres-why-59378
http://mashable.com/2016/05/18/warmest-12-months-april-climate/
http://www.livescience.com/54800-99-percent-chance-2016-will-be-hottest-year.html?cmpid=NL_OAP_weekly_2016-05-24
미 해양대기청 보고서
http://www.noaa.gov/april-marks-12th-consecutive-month-record-warmth-globe
http://www.ncdc.noaa.gov/sotc/global/201604
2015_2016 엘니뇨가 남긴 것
https://theconversation.com/el-nino-is-over-but-has-left-its-mark-across-the-world-59823

2016년 5월 10일 화요일

뇌파로 드론 레이스...염력시대 오려나

brain-drone1.jpeg » 생각만으로 드론을 조종해 승부를 가르는 `브레인 드론 레이스'가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유튜브 갈무리

조이스틱 대신 헤드셋을 쓰고 드론 조종

“쓰리, 투, 원, 고!”
진행자의 구령에 따라 바닥에 놓여 있던 드론들이 일제히 이륙을 시작했다. 그리곤 결승 지점을 향해 느릿느릿 날아갔다. 지난 4월22일 미 플로리다주립대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드론 레이스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이날의 드론 레이싱에선 우리가 익히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레이스 참가자들이 조이스틱처럼 생긴 조종기를 들고 드론을 원격조종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참가자들은 책상에 앉아 헤드셋처럼 생긴 기기를 머리에 쓰고 컴퓨터 프로그램의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braindrone2.jpg » 컴퓨터 프로그램이 뇌파 신호를 받아 드론을 제어한다. 유튜브 갈무리

드론이 생각하는 대로 날아간다
사상 첫 뇌파 조종 드론 레이스

이 장치의 이름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이른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다. BCI는 뇌파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전달해 디지털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기를 쓰고 “전진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드론은 앞으로 날아간다.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움직이는 장면을 떠올리면 옆으로 움직인다. 드론 레이스의 지도교수인 주안 길버트(Juan Gilbert)는 공개된 동영상에서 “드론을 전진시키고 싶다고? 그렇다면 의자를 앞으로 민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한 뇌의 반응 패턴에 기반한 드론 비행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의 뇌파 조종 드론, 이른바 '브레인 드론' 레이싱은 이렇게 등장했다.

 
뇌파 활용 기술이 여는 새로운 세계

BCI 기술은 아직은 초보단계이다. 리모컨이나 조이스틱처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단계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뇌파를 물리적 에너지로 바꿔주는 능력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조종기로 움직이는 드론들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맹렬하게 날아가지만, 뇌파의 제어를 받는 드론들의 비행 속도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뇌파를 통해 무형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술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예컨대 미연구팀은 최근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팔과 손을 뇌파로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팔이 절단된 환자가 뇌파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 조지아공대에선 뇌파로 작동하는 드럼 연주용 로봇팔 시제품을 개발해 시험중이다. 버클리대 등에선 뇌파로 꿈을 읽어내 이미지로 변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길버트 교수는 사상 첫 뇌파 조종 드론 레이싱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경주로 시작했지만 이 경주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누가 알겠는가?”
뇌파 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치부됐던 영역을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신체 장애자들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장애가 없더라도 두 손, 두 발이라는 신체의 한계로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어디에 가고 싶다거나, 뭘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해도 그것을 이뤄주게 하는 동화적 꿈도 이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정신을 집중해 나오는 에너지로 물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염력'이 마침내 뇌파 기술에 힘입어 초현실에서 현실 세계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일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 꿈을 이뤄주는 원초적 기술은 바로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에서 시작될 것이다.

bci-jan-smiles-at-bar-landing-page.jpg » 잔 슈어만(Jan Scheuermann)이란 이름의 여성이 마인드 콘트롤로 로봇팔을 움직여 초콜릿바를 입에 가져가고 있다. 그의 뇌에는 뇌파를 기록하는 칩이 심어져 있다. UPMC 제공(http://www.upmc.com/media/media-kit/bci/Pages/default.aspx)

뇌파 시대 헤쳐나갈 경쟁력을 키우려면

뇌파 조종 드론 레이스에선 조종기를 다루는 능력이 아닌, 뇌파 신호를 보내는 능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 뇌파를 읽어내는 기술이 좀더 발전하면, 미래엔 얼마나 확실한 뇌파를 낼 수 있느냐가 인간 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로 떠오르지 않을까? 상상력과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할 법하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뇌는 인간이 가진 정신적 자산이 융합하는 용광로이다. 그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상상력과 집중력이라는 불쏘시개이다. 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 여행 등 뇌의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마인드 컨트롤처럼 직접적으로 뇌를 훈련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주입식 공장형 교육 제도와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피해갈 수 없는 우려 '프라이버시 침해'

brain-1093904_960_720.jpg » 저장된 뇌파 기록은 프라이버시 노출 우려를 일으킬 수 있다. pixabay.com

뇌파는 새로운 신원 확인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같은 이미지라도 사람마다 뇌파가 반응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브레인 프린트(brainprints)’, 즉 ‘뇌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모든 디지털은 족적을 남긴다. 모든 디지털 기록은 언제나 해킹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 뇌파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이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프라이버시의 노출을 뜻한다. 기술의 명암, 어쩔 수 없는 기술의 사회적 속성이다.
   
출처
http://qz.com/669720/the-first-brain-controlled-drone-race-just-took-place-in-florida/
http://motherboard.vice.com/en_uk/read/brain-powered-drone-race
http://motherboard.vice.com/read/in-the-future-well-all-be-identified-by-our-brainprints
버클리대 연구사례
http://www.bbc.com/future/story/20140717-i-can-read-your-mind
뇌파로 신원확인
http://www.huffingtonpost.kr/2016/04/25/story_n_97698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