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1일 화요일

[화보] 머리카락이 발톱보다 빨리 늙는다고?

»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고도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픽사베이

지난 10년 동안 `사이언스' 편집진을 가장 매료시킨 논문 다섯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지난 10년 동안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논문과 기사 가운데 편집진의 눈길을 확 잡아끈 10편을 뽑아 소개했다. 편집진은 선정 기준에 대해 "이 기사들은 가장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 우리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가장 인기 있었던 것, 세월의 시험을 견뎌낸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다섯편을 골라 소개한다.
첫째는 초정밀 시계로 근소한 거리 내의 물체들 간에도 서로 시간이 달리 흘러간다는 점을 확인해 측정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바닥에 있는 시계는 손에 들고 있는 시계보다 약간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바닥 시계가 받는 중력의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력과 거리를 고려한 계산식에 따르면 낮은 곳의 시계는 높은 곳의 시계보다 높이 1km당 연간 약 3마이크로초씩 느리게 움직인다. 2010년 미국 국립기술표준원(NIST)의 과학자들은 두 개의 초정밀 원자시계를 이용해 고도 차이가 1미터 이내인 두 시계 사이의 시간 지체 현상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머리카락의 시간이 발의 시간보다 빨리 지나간다고 할까. 과학자들은 그러나 그 차이는 인생 80년을 통틀어도 약 900억분의1초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밝혔다.
sci3.jpg » 오른족 위와 아래 개미의 등에 자살공격용 푸른 반점이 있다. © Image courtesy of R. Hanus/라이브사이언스에서 인용

늙은 흰개미, 적이 침입하면 자폭 공격으로 가족 보호

둘째는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폭하는 늙은 흰개미의 발견이다.  남미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숲에 사는 흰개미 '네오카프리테르메스 타라쿠아(Neocapritermes taracua)'의 등에는 파란색 반점이 있다. 이 흰개미는 외부의 누군가가 둥지에 침입하면 이 반점을 스스로 폭발시킨다. 그러면 반점 안에 있던 독성 액체가 흘러나와 침입자를 죽이거나 퇴치한다. 일종의 자살 공격이다. 과학자들은 특히 늙은 개미들이 이런 희생적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폭을 하는 다른 곤충집단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과학자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특성일 것으로 추정했다. <사이언스> 편집진은 아마도 지난 10년간 가장 폭발력있는 동물 이야기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sci5.jpg » 세계 언어 네트워크. 선의 두께가 연결 강도를 나타낸다. 사이언스 제공

인구 수에 비해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언어는?

셋째는 언어 네트워크에 관한 것이다. 현대인들이 쓰는 언어는 전 세계적으로 6천개 이상이라고 한다. 내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고 싶다면 어떤 언어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미국 MIT, 하버드대등의 연구진은 트위터, 책 번역, 위키피디어 세 가지 분야의 세계 언어 네트워크 지도를 만들어 비교해 봤다. 분석 결과 역시 세계 언어의 중심은 영어었다. 중간 허브에는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이 있었다. 반면 화자 수는 많지만 언어 네트워크에서는 고립된 언어들도 있었다. 중국어와 힌두어, 아랍어가 여기에 해당했다. 특이한 것은 네덜란드어다. 네덜란드어는 화자 수가 2700만명에 불과하지만 언어 네트워크는 강했다. 식민지 개척을 주도했던 역사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책 번역은 1000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된 220만권을, 트위터는 73개 언어 1700만명의 사용자가 날린 5억5천만개의 트윗을, 위키피디아는 최대 5개 언어로 편집된 콘텐츠를 분석했다. 지도에서 선의 두께는 연결 강도를 말한다.
sci6.jpg » 세계에서 가장 긴 직선 해로와 육로. 사이언스 제공

세계에서 가장 긴 직선 바닷길은 파키스탄 남쪽~러시아 북동쪽 3만2000km

넷째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직선 바다길을 확인한 것이다. 2018년 아일랜드의 물리학자와 인도 엔지니어가 확인한 이 경로는, 파키스탄 남쪽 손미아니항에서 동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바다를 거쳐 러시아 북동쪽 카라긴스키 해안에 이르는 3만2090km였다. 사실 이때 처음 경로를 찾아낸 것은 아니고 그 몇년 전에 한 레딧 이용자가 위키피디아와 구글 검색을 통해 밝혀낸 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가장 긴 직선 육로도 찾아냈다. 컴퓨터가 45분만에 찾아낸 최장 직선 육로는 길이 6985마일(1만1241km)로, 중국 동남쪽 푸젠성 진쟝에서 시작해 포르투갈 남서쪽 사그레스에서 끝난다.
sci8.jpg » 대류권에서 수집한 박테리아의 배양기. © Gary Meek / Georgia Tech/라이브사이언스에서 인용

저 높은 하늘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산다

다섯째는 지상에서 8~15km 떨어져 있는 대기에서도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조지아공대 과학자들은 2013년 수십억 개체의 미생물이 대기중에서 살아 있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날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외계 행성의 생명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생명체가 산다는 것을 밝혀낸 셈이다.

출처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12/our-favorite-science-news-stories-decade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10/09/superaccurate-clocks-confirm-your-hair-aging-faster-your-toenails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news/2010/9/100922-science-space-time-einstein-relativity-aging-gravity-earth/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29/5999/1630.abstract
<2>
http://zum.com/?af=al#!/v=2&tab=home&p=2&cm=photo&news=1102018050344891142
https://www.sciencemag.org/news/2012/07/old-termites-blow-themselves-protect-nest
<3>
https://www.sciencemag.org/news/2014/12/want-influence-world-map-reveals-best-languages-speak
<4>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04/ocean-path-will-take-you-longest-straight-line-journey-earth
https://www.smithsonianmag.com/smart-news/longest-straight-line-ocean-journey-earth-180968930/
https://arxiv.org/pdf/1804.07389.pdf
https://matadornetwork.com/read/longest-straight-line-walk-without-ever-hitting-ocean/
<5>
https://www.sciencemag.org/news/2013/01/microbes-survive-and-maybe-thrive-high-atmosphere
https://www.livescience.com/26645-microbes-in-the-sky.html

2019년 12월 30일 월요일

[AI] `무어의 법칙'보다 7배 빠르다...질주하는 인공지능

» 인공지능 기술은 201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픽사베이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 2019' 보고서
3.4개월마다 2배씩 향상...30만배 좋아진 셈

2010년대는 명실상부한 인공지능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를 입증할 지표들이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국제컨설팅그룹 맥킨지 등과 공동으로 작성해 최근 발표한 `인공지능 인덱스 2019 연례 보고서'(The AI Index 2019 Annual Report)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속도가 무어의 법칙보다 7배나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연구원 고든 무어가 1960년대에 처음 주장한 것으로, 컴퓨터 칩의 성능(연산 능력)이 2년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2012년 이전에는 무어의 법칙과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그 이후 가속도가 붙어 지금은 3.4개월에 두배씩 늘어나고 있다. 무어의 법칙대로였다면 7배에 그쳤을 것이 30만배가 된 셈이다.

ai7.jpg »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 속도는 2012년을 전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OPEN AI 제공
이미지 훈련 시간은 3시간에서 88초로

이에 힘입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극적으로 단축됐다. 클라우드 기반에서 대형 이미지 분류 시스템 `이미지넷'을 훈련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년 사이에 180분의 1 수준으로 짧아졌다. 2017년에는 3시간이 걸리던 것이 2019년 7월 현재 8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비용도 수천달러에서 수십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도 뚜렷하게 높아졌다. 보고서는 1400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공공 데이터세트인 이미지넷의 식별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는 85%에 이르렀다. 이는 2013년의 62%에 비해 껑충 뛴 것이다. 기계번역에선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계번역 시스템 수가 2017년 8개에서 2019년엔 24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ai5.jpg » 이미지넷 훈련에 걸리는 시간이 2년 사이 3시간에서 1분30초 정도로 줄었다. AI인덱스 2019
미국 인공지능 일자리 비중 10년새 5배로 껑충...머신러닝 수요 최고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는 인공지능 관련 직업 수의 변화다. 보고서는 2010~2019년 9월 기간 중 취업정보 사이트 `인디드'의 채용 정보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인공지능 일자리의 비중이 2010년 이후 5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6%에서 1.32%로 높아졌다. 여전히 비중이 작긴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 개발에 직접 관련 있는 기술 부문만을 집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아 강화되고 재편되는 일자리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에 한정해 분석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추세일 것으로 짐작된다.
인공지능 기술직 중에서 구인공고의 선두 부문은 머신러닝(인공지능 일자리의 58%)이었다. 이어 인공지능(24%), 딥러닝(9%), 자연어처리(8%) 차례였다.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딥러닝이다. 2015~2018년 사이에 12배가 늘었다. 이어 인공지능이 5배, 머신러닝이 4배, 자연어처리가 2배 늘어났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보수도 껑충 뛰었다. 영국의 벤처캐피탈펀드 MMC벤처스 집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2018년 미국 기준)은 22만4천달러(2억6천만원)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치 10만4480달러(1억2천만원)의 2배를 웃돈다.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연평균 50%씩 늘고 있다. 2018년 400억달러(46조원)를 넘어섰다. 돈이 가장 많이 몰리고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차 부문이다. 2018년 77억달러에 이르렀다. 이어 의료 연구와 안면 인식이 47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로봇 자동화(10억달러)와 공급망 관리(5억달러)였다.

aiwatson-jeopardy-940px.jpg » 2011년 아이비엠의 인공지능 왓슨이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쇼에서 인간 퀴즈왕을 물리쳤다. 아이비엠 제공

인공지능과 인간 최고수 간의 대결 역사는 인공지능의 성장을 가장 알기 쉽게 보여준다. 1997년 아이비엠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치면서 시작된 일련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은 딥러능의 등장과 함께 지난 10년새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11년 퀴즈쇼 `제퍼디'를 시작으로  2015년 아타리 게임(벽돌깨기), 2016년 바둑, 2017년 피부암 진단, 2017년 음성인식과 포커에 이어 2018년 중국어-영어 번역과 온라인게임 `도타2', 단백질 합성을 거쳐 2019년 6인조 포커, 스타크래프트2에 이르기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잇따라 최고수급 인간을 제압하거나 대등한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하다. 출중한 실력을 발휘한 인공지능은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만 통용된다. 스타크래프트2를 아무리 잘 하는 인공지능도 체스판 앞에 서면 초보선수다. 유방암을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인공지능이 폐암을 정확히 진단해내기는 어렵다. 계산력과 분석, 추론 능력이 월등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일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건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위력을 결정하는 건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절한 용도로 쓰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강력해질수록 인간의 판단력이 더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의 가치가 여전히 강조돼야 하는 이유다.
 
보고서 보기
https://hai.stanford.edu/sites/g/files/sbiybj10986/f/ai_index_2019_report.pdf
출처
https://www.zdnet.com/article/artificial-intelligence-the-score/
https://www.theverge.com/2019/12/12/21010671/ai-index-report-2019-machine-learning-artificial-intelligence-data-progress
https://venturebeat.com/2019/12/11/ai-index-2019-assesses-global-ai-research-investment-and-impact/
인공지능기업 인수 열풍
https://www.wsj.com/articles/tech-giants-hunt-for-ai-startupsand-the-brains-behind-them-11577365201

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자동차] 상하이서 만든 `모델3'...테슬라, 세계화 행보 첫발

» 테슬라 상하이공장 노동자들이 모델3를 조립하고 있다. 테슬라 제공

전기차 15대 30일 중국 고객에게 첫 인도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서 첫 해외공장 가동
독일 베를린에 두번째 해외공장 추진중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세계 전기차 생산 네트워크 구축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30일 상하이 공장(기가팩토리3)에서 생산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3' 15대를 첫 고객들에게 인도한다. 첫 구매자는 테슬라 상하이공장 직원들이다. 테슬라는 새해 1월 설 이전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차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eslar1.jpg » 30일 고객 인도를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는 테슬라 모델3. 테슬라 차이나 트위터에서
상하이공장은 미국 네바다주 공장(기가팩토리1)에 이은 테슬라의 두번째 공장이자 첫 해외공장이다(기가팩토리2는 솔라시티 태양전지 공장). 지난 1월7일 공장 건설에 들어가 10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공장 건설에서 자동차 인도까지 357일이 걸렸다.
Tesla-Gigafactory-3-exterior-hero.jpg » 상하이 외곽 린강산업지구에 들어선 기가팩토리3. 테슬라 제공
상하이공장은 현재 1주일에 1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연간 25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공장은 또 합작 형태가 아닌 100% 외국인이 소유하는 중국 최초의 자동차공장이기도 하다. 이 전기차는 중국 내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기존 수입 테슬라 전기차에 부과돼온 10%의 관세가 면제된다. 또 최대 3600달러의 보조금이 주어진다.
teslar3.jpg » 모델3 조립 공장 내부.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중국을 첫 해외생산기지로 선택한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2018년에 약 130만대의 전기차를 구입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전기차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아우디, 베엠베도 2020년 중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국내 업체들의 경쟁도 뜨겁다. 등록된 전기차 제조업체 수가 무려 480개(2019년 3월 현재)에 이른다.
teslar4.jpg » 테슬라의 독일 공장 `기가팩토리4' 예정 부지. 테슬라 트위터에서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외곽 지역에도 공장(기가팩토리4)을 짓기 위해 최근 브란덴부르크 당국과 부지 확보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독일 공장은 SUV인 모델와이와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베를린에서 열린 2019 골든 스티어링 휠 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해 "독일의 엔지니어링 수준이 탁월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유럽의 기가팩토리를 독일에 두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출처
https://edition.cnn.com/2019/12/27/business/tesla-china-auto-industry/index.html
https://techcrunch.com/2019/12/27/tesla-to-begin-delivering-china-built-model-3-cars-next-week/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9-12-27/tesla-to-deliver-its-first-china-built-cars-on-monday
독일 공장
https://techcrunch.com/2019/12/21/tesla-nears-land-deal-for-german-gigafactory-outside-of-berlin/
사진
https://electrek.co/2019/10/23/tesla-model-3-production-gigafactory-3-pictures/
https://electrek.co/guides/tesla-gigafactory-3/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영상] 어느쪽으로 도는 걸까?...`올해의 착시' 1위



눈 초점 따라 네 방향으로 회전하는 물고기 형상

우리의 뇌는 시신경을 통해 습득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착각을 일으킨다. 실제와는 다른 정보로 해석하는 것이다. 미국의 신경상관학회(NCS)는 뇌가 지각하는 방식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매년 새로운 착시 현상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15번째를 맞은 이 공모전의 올해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1위는 회전하는 물고기 형상이 주는 착시 영상에 돌아갔다. 미국의 게임 개발자 프랭크 포스가 제작한 `듀얼축 착시'라는 제목의 이 착시 영상은 가상 축이 돌아가면서 물고기가 네 방향 즉,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복잡하게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상 중간중간에 수직축, 수평축,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등 회전 방향을 안내하는 단어가 화면에 나타나는데, 그때마다 물고기가 그 방향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어가 사라지면 물고기가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다시 모호해진다. 이 착시의 비밀은 움직이는 선들의 어떤 교차점에 눈의 초점을 두느냐에 있다.

수직으로, 수평으로...점 색깔 따라 달라지는 이동 방향

2위는 도쿄대 후쿠다 하루아키 연구원의 작품이다. `색깔을 바꿔라'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점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점의 색깔이 다르게 보인다. 점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것처럼 생가되는 경우엔 점이 빨간색과 그린색으로 보인다. 반면 점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땐 점이 노란색으로 보인다. 다만 노란색으로 보이려면 눈의 초점을 다시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수백만개의 픽셀로 이뤄진 엘시디 화면에서 어떻게 착시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중앙 점의 운동 방향, 주변 물체 움직임 따라 변화

3위는 미국 네바다리노주립대와 홀리크로스 칼리지 연구원 2인이 제출한 작품으로 `회전하는 원'이다. 중앙의 검은 점은 한 점을 중심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만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그러나 바깥에서 움직이는 4개의 큰 점들 속에 놓이면 더 위로, 아래로 또 좌우로, 심지어는 삼각형 모양으로 마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특정 물체의 움직임이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사례다.

출처
https://gizmodo.com/the-best-illusions-of-the-year-will-have-you-further-qu-1840467028
https://mymodernmet.com/optical-illusion-contest/
http://illusionoftheyear.com/cat/top-10-finalists/2019/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페이스북 페이지 '미래가 궁금해'
트위터 '곽노필의 미래창'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미래이슈] 2010년대의 기술 혁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꿨나

» 2016년 두 여성과 한 남자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아이를 의료진이 안고 있다. 사진은 뉴사이언티스트에서 인용.

변화를 가속화한 디지털 기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21세기 들어 두번째 지나간다. 지난 10년간 과학기술계에선 굵직한 성과들이 잇따랐다. 우주 만물에 질량을 부여해 `신의 입자'로 불려온 힉스 입자 발견(2012),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 중력파 검출(2015)과 블랙홀 그림자 영상 포착(2019) 등 기초과학의 숙제들이 풀렸는가 하면, 우주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2018)을 찾아내고 케플러우주망원경(2009년 발사) 같은 우주망원경으로 4천여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생명과학자들은 RNA 분자와 효소를 결합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캐스나인'을 개발(2012)한 데 이어 영화 <옥자>에서처럼 슈퍼근육을 가진 돼지(2015), 세부모 유전자를 지닌 아기(2016)를 탄생시켰다. 우주과학자들은 지구에서 3억km나 떨어져 있는 소행성에 탐사선을 착륙(2019)시켰고, 우주개발업체들은 우주로 발사한 로켓을 회수해 몇번이고 쓰는 로켓 재활용(2017) 시대를 열었다.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바둑과 포커, 온라인게임에서 잇따라 인간 최고수를 물리친 인공지능을 선보였고, 뇌과학자들은 생각을 읽어 글자로 써 보여주는 뇌인터페이스 장치를 만들어냈다.
과학은 세계와 우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기술은 그것에 개입하는 도구를 벼려준다. 과학기술의 성과가 축적될수록 세상의 변화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디지털기술이 덧붙여져 변화의 가속기 노릇을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작금의 변화 속도와 폭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하는 말이다. 기술 변화의 급류를 탄 지난 10년 과학기술은 세상을 얼마나 바꿔놓았을까?
san59-이세돌 vs 알파고(3국 ).JPG » 2016년 3월 치러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 한국기원 제공

인공지능의 질주는 종마...그에 맞선 인간은 하룻망아지?

2010년대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혁신을 일궈낸 시기였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자율주행차, 생명과학기술(바이오테크놀로지)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인공지능의 약진이 단연 압권이었다.  딥러닝 기술(2012)과 갠(GAN, 생성적 적대 신경망, 2014)이 기폭제 역할을 하고,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적 바둑 대결(2016)이 세계적인 인공지능 붐을 불렀다. 이제 웬만한 전자기기에선 인공지능이 필수 기능이 됐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추론을 넘어 시, 소설, 음악, 영화, 그림 등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야에까지 뛰어들었다. 요즘엔 10분에 하나꼴로 인공지능 특허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이런 상황을 "들판을 질주하는 종마와도 같은 인간의 기술 능력과 다리에 힘이 없어 비틀거리는 망아지와도 같은 인간의 지혜 사이에 벌어지는 장거리 경주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1920px-Waymo_Chrysler_Pacifica_in_Los_Altos,_2017.jpg »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위키미디어 코먼스

누구와도 교류하고 누구나 생산자가 되는 세상

딥러닝과 같은해 생명과학계에선 3세대 유전자가위가 탄생해 유전자를 읽는 시대에서 유전자를 쓰는 시대로 바꿔놓았다. 20여년간 정체됐던 3D 프린팅에선 2009년 FDM(압출적층성형) 방식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개인용 3D 프린터 시대가 시작됐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 10년만에 최근 미국의 한 도시에서 운전석 탑승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성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인터넷 이용 인구는 지난 10년간 20억명에서 40억명으로 늘었고,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 수는 수십억 단위에서 수백억 단위로 급증했다. "세상 누구와도 실시간 교류가 가능하고 누구나 이동의 자유를 누리며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세상, 인공지능과 유전자 교정으로 선천적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이 이 기술들이 지향하는 변화의 방향이다.
1280px-First_iPhone_Macworld_2007_DSCF1286.agr.jpg » 2007년 1월 맥월드 전시회에서 공개된 최초의 아이폰.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활 급변의 진원지가 된 스마트폰...`스마트폰 승수'까지

지난 10년간의 기술 혁신이 가져온 생활 변화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세상은 2010년대 들어 활짝 꽃을 피웠다. 모바일기기를 중심으로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인터넷망과 인공지능 기술이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일상의 허브가 된 스마트폰은 소셜미디어의 번성을 가져왔다. 소셜미디어는 2010년대 초반엔 새로운 정보 유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12년 폐쇄 통제사회인 중동에 민주화 운동(`아랍의 봄')을 불러왔다. 이어 2010년대 후반엔 문자 시대를 끝내고 동영상 정보시대를 열었다. 구글은 2017년 2월 전세계 유튜브 시청 시간이 하루 10억시간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한 사람이 시청할 경우 꼬박 10만년이 걸리는 분량이다. 오늘날 소셜미디어의 중심 페이스북 이용자는 25억명, 동영상 채널 유튜브 이용자는 10억명이 넘는다. 이는 기존 미디어의 급격한 퇴조를 수반했다.
스마트폰은 방대한 규모의 관련기기 및 서비스 시장도 만들어냈다. 케이스, 충전기, 스피커, 헤드셋 등의 관련제품과 앱, 스트리밍 음악, 수리, 보험, 클라우드 등 관련서비스 시장이 한 해 수천억달러에 이른다.  이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통화 승수' 효과에 빗대 `스마트폰 승수'라고도 부를 정도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이 시장이 2020년 45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새해 스마트폰 시장 추정치 4840억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두 시장을 합치면 무려 1조달러에 육박한다.
twitter-292994_640.jpg » 2010년대는 소셜미디어의 시대로 부를 만하다. 픽사베이

새로운 경제 플랫폼이 된 인터넷...산업 주역이 바뀐다

 인터넷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면서 곳곳에서 산업의 주역도 바뀌고 있다. 직접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예컨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등 차량호출업체는 불과 몇년 사이에 기존 택시업계를 위협했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2008년 설립 이후 10년 사이에 세계 상위 5개 호텔 체인보다 많은 숙소를 확보했다.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등록 숙소는 191개국 10만개 도시 700만개, 누적 이용객은 5억명에 이르며 매일밤 200만명 이상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다.

20191222_151455.jpg » 소셜미디어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드라마 시리즈 `블랙미러'의 한 장면. 예고편 갈무리

데이터 집중과 온라인세상이 드리우는 혁신의 그림자들

하지만 모든 현상엔 양면이 있는 법이다. 혁신이 세상을 좋게만 바꿔가는 건 아니다. 밝은 면 뒤엔 그림자가 있다. 인터넷은 국경없는 세계 시장을 만들어냄으로써 부의 집중을 심화시켰다. 블룸버그 기준 세계 10대 억만장자의 거의 절반이 IT 기업 창업자들이다. 빅데이터는 정보를 쥔 쪽의 권력 비대화를 불렀고,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연결된 6억대 가까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겠다는 중국의 방침은 빅데이터가 만드는 디스토피아 사회를 연상케 한다. 인공지능은 진짜같은 가짜 콘텐츠(딥페이크)를 쏟아내면서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사회적 신뢰 수준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2~3년 후엔 진짜보다 가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라는 음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 SF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에선 소셜 미디어가 펼치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등장한다. 공주의 납치 장면과 납치범의 요구 조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되고, 정부는 가짜 영상을 만들어 대응해 나간다. 제목으로 쓰인 '검은 거울'은 화면이 꺼진 전자기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inter15.jpg » 현대인들은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인터넷과 함께 보내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디지털 도구를 얻는 대신 인간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혁신은 인간의 일상을 온라인 세상이라는 우리 안에 가뒀다. 인간 사회의 지난 역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면서 자유를 확대해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이 만든 도구 시스템에 인간이 갇히는 순간을 맞고 있다. 인간은 앉아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얻는 대신 인간을 잃고 있다. 고독을 얻고 관계를 잃고 있다고나 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인은 평균 하루에 6시간40분 인터넷에 접속한다. 수면과 식사, 운전, 업무나 수업 등 필수불가결한 시간 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디지털 기기가 보여주는 자극적 콘텐츠와 함께 보내는 셈이다. 디지털기술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모든 자극을 끊어버리는 `도파민 단식'이 주목받는 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준다. 2010년대는 인간의 일상이 디지털 자극에 전면 노출되는 전환의 시기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library-488690_640.jpg »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을 독서에 활용할 경우 연간 수백권을 읽을 수 있다. 픽사베이

어떤 도구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다시 인문학에 관심을

곧 닥칠 2020년대엔 5세대(5G) 네트워크가 시대가 본격화한다. 정보 지연이나 정체가 없는 새로운 디지털 고속도로가 뚫리는 것이다. 이는 모든 기기의 연결성과 스마트화를 재촉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삐 풀린 기술의 질주 본능을 조련하는 방법을 시급히 찾아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바람직한 삶과 가치는 무엇일까? 어떤 기술이 이를 함양하고, 어떤 기술이 이를 해칠까? 역사와 철학, 삶과 윤리, 맥락과 소통을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는 인문학이 그 답을 뽑아내는 화수분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아이비엠계열 기술컨설팅업체 블루울프가 직원 대부분을 인문학도로 채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에릭 베리지(Eric Berridge) 대표는 2018년 5월 `기술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테드 강연에서 "과학은 우리에게 물건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지만,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건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와 TV 시청시간을 독서에 활용할 경우 연간 1천권이 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은 바둑 인공지능 앞에서의 좌절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바둑을 `둘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으로 배운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과연 그런 것이 남아 있을지 고개를 갸웃했다. 인공지능 바둑에선 인간 묘수와 실수, 꼼수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없다. 치밀한 계산과 추론이 만드는 승패 결과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괜찮을까? 기계시대의 디스토피아를 피하려면 이제 호흡을 가다듬고 기술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할  때가 아닌지 생각하며 2020년대를 맞는다.
*지면 기사

출처
미국서도 2018년 뉴스 접속 매체로 소셜미디어가 신문 추월
미국 10대 95%는 스마트폰 소유, 45%는 항상 온라인 접속
이세돌 인터뷰
닉 보스트롬 발언
에릭 베리지 테드 강연
2010년대의 기술
2010년대의 기술 흐름
우버와 리프트
씨넷의 2010년대 결산 시리즈
2010년대 타임라인

2019년 12월 21일 토요일

[화보] 또 하나의 지구마을…동물세계의 희로애락

» `뭘 움켜쥐려고'(Grab life by the...). Sarah Skinner 작/Comedy Wildlife Photo Awards
2010년대를 보내며-② 생태 사진들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두번째 화보는 동물들의 일상 세계다. 생명 세계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은 생태 사진들은 생명의 가치와 이를 품은 지구의 소중함을 함께 일깨워준다. 사람들의 자연 보호 의식을 재밌는 방식으로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사진 공모전이 있다. 4년 전 동물사진작가 2인이 시작한 `웃기는 야생동물 사진'(Comedy Wildlife Photo Awards)’ 공모전이다. 동물들의 일상 중에서 저절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의 경연장이다. 올해 공모전에선 영국 사진작가 사라 스키너가 아프리카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대상작으로 뽑혔다. 새끼 사자가 어른 사자의 은밀한 급소를 움켜쥐려는 듯 몸을 일으켜 두 앞발을 뻗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보인다.
 512 (9).jpg » 생태사진 공모전 대상 `붉은 밤'. Roberto García Roa 작/British Ecological Society
영국생태학회가 해마다 여는 생태사진 공모전 `생태포착'(Capturing Ecology)에선 올해의 대상작으로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섬 토착종인 말라가시나무보아뱀을 담은 `붉은 밤'이 뽑혔다. 나무 줄기를 온몸으로 휘감은 채 인근에서 번지고 있는 불을 겁을 먹은 듯, 화가 나는 듯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다. 심사를 맡은 생태학회 대표 리처드 바제트 교수는 "보아뱀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이 뱀이 밀렵꾼의 사냥과 화재에 특히 취약한 현실을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은 발렌시아대 박사후연구원 로베르토 가르시아 로아는 "이제는 이런 큰 뱀을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512 (15).jpg »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로 뽑힌 바오용칭의 ‘이 순간’. Yongqing Bao 작/Natural History Museum,

앞서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지난 10월 발표한 제55회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로는 중국 티베트의 사진작가 바오용칭이 선정됐다. `순간'이라는 제목처럼 말 그대로 다람쥐과 동물인 마못과 여우가 서로 대치하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했다. 티베트고원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두 동물 사이에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듯하다.
웃기는야생동물과 생태포착,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에서 입상한 사진 몇점을 더 골라 소개한다.
512 (6).jpg » ‘가정불화’(웃기는야생동물 공중부문 수상작). 열심히 따져가며 바가지를 긁고 있는 듯한 오른쪽 새와 귀가 따가운 듯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는 왼쪽 새. Vlado-Pirsa 작/Comedy Wildlife Photo Awards

512 (5).jpg » ‘어머나!’(웃기는 야생동물 수중부문 수상작). 물 속에서 나온 수달이 뺨에 두 손을 대고 뭔가를 놀란 듯 쳐다보고 있다. Harry Walker 작/Comedy Wildlife Photo Awards

512 (10).jpg » ‘사랑 다음엔 결혼’(웃기는야생동물 포트폴리오 부문 수상작). 수컷 다람쥐가 꽃을 입에 물고 열렬히 구애를 한 끝에 결국 주례 다람쥐를 가운데 두고 결혼을 서약하는 듯한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사진이다. Elaine Kruer 작/Comedy Wildlife Photo Awards

512 (8).jpg » ‘길을 건너는 암컷 나무늘보’(생태포착 사람과자연부문 수상작). 길쭉한 세개의 발톱이 눈길을 끈다. @ Andrew Whitworth 작/영국생태학회

512 (12).jpg » ‘새끼멧돼지를 낚아챈 암사자’(생태포착 입선). @ Peter Hudson/영국생태학회

512 (14).jpg » ‘마다가스카르섬의 잠자는 카멜레온’(생태포착 입선). @ Katherine Mullin/영국생태학회

512 (13).jpg » ‘잠자는 바다표범’.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입상작이다. 남극 웨델해의 바다표범이 하얀 얼음 위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다. <네이처>의 한 편집자는 “자연파괴와 기후변화로 험상궂게 변해버린 자연사진들 속에서 이 사진을 발견한 것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과 같았다”며 “평화와 순수를 포착한 사진”이라고 평했다. Ralf Schneider/네이처에서 재인용

출처
https://www.comedywildlifephoto.com/winners/comedy-widlife-2019-competition-winners.php
https://www.britishecologicalsociety.org/capturing-ecology-winning-images-british-ecological-society-photography-competition-announced-2019/
https://newatlas.com/digital-cameras/wildlife-photographer-2019-winners-natural-history-museum/

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화보] 2010년대를 보내며-① 도시와 사람

» 도시사진상 대상작 `공존'. Md Enamul Kabir 작/Urban Photo Awards
2019년 사진 공모전 수상작들
전세계 인구 55%가 사는 도시
사람-동물, 전통-첨단의 공존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각 부문별로 최고의 감흥을 주는 사진을 뽑는 행사들이 펼쳐진다. 올해도 세계의 사진가들이 순간 포착한 지구 곳곳의 현장이 공모전 무대에 올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고의 영예를 안은 사진들은 예술적 아름다움과 함께 한편으론 웃음과 감동, 추억과 회한을 안겨주고 다른 한편으론 우리의 삶과 자연을 돌아보게 한다. 올해는 특히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해여서 더욱 감회에 젖게 한다. 올해 사진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몇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photo2.jpg » 도시사진상 포트폴리오부문 수상작 `김의 도시'. Alain Schroeder 작/Urban Photo Awards
먼저 볼 사진은 현대인의 생활 터전인 도시의 풍경이다. 세계적인 도시화가 이어지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명(2018년 기준)이 도시에 살고 있다. 2010년대에만 도시 인구 7억명이 늘었다. 2050년까지 25억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유엔은 내다본다. 앞으로의 세계 인구 증가는 모두 도시에서 일어나는 셈이다.
PHOTO21.jpg » 도시사진상 거리 부문 가작 ‘정치인’. Jaume Escofet 작/Urban Photo Awards
올해 10회째를 맞은 도시사진상(Urban Photo Awards)에선 방글라데시의 한 사진작가가 출품한 `공존'(맨 위)이 대상을 수상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의 옷과 수탉이 우연하게 비슷한 색감을 띠면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벨기에 사진작가가 출품한 북한 평양 대성산 기슭의 조선중앙동물원 입구 전경 사진도 눈길을 끈다. 포트폴리오부문 수상작이다. `김의 도시'(Kim City)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2018년 9월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9·9절 행사때 평양을 방문해 찍은 것이다.
photo3.jpg » 아고라 도시풍경사진상 후보작 `상반된 두 세계'. @hadangkhoa/Agora
사진 네트워크 아고라(Agora)는 도시 풍경 사진상 후보로 50개 작품을 선정해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2만1천여점의 출품작 중에서 뽑힌 것들이다. 아고라는 온라인투표를 통해 대상작을 선정해 새해 1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베트남의 사진작가 찍은 `상반된 두 세계'는 미래와 과거, 첨단과 전통, 번영과 가난이 교차하는 도시의 현장을 한 컷에 담았다.
photo4.jpg » 시에나국제사진상에서 올해의 사진으로 뽑힌 ‘군중 속의 소년’. Jonathan Banks 작/Siena International Photo Awards
화려한 도시 뒤에 숨겨져 있는 지구촌 공동체의 어두운 그림자를 전해주는 사진도 지나칠 수 없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비영리기구 ‘아트 포토 트래블(Art Photo Travel)’ 주관의 ‘시에나 국제 사진상’(Siena International Photo Awards)에선 영국 사진 작가이자 적십자 자원봉사자 조너선 뱅크스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촬영한 사진 `군중 속의 소년'이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 2008년 몬로비아 외곽에서 서아프리카평화유지군의 보호 아래 치러진 축제 현장에서 포착한 장면이다. 총을 든 병사를 바라보면서 공을 집어드려는 한 아이의 겁에 질린 듯한 표정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아래는 아고라 도시풍경사진상의 최종 후보작 중 일부다. 문명이 만들어낸 고단한 도시의 일상 풍경에서 아름다운 조형미를 찾아냈다.
photo22.jpg » ‘형형색색의 큐브’. 도쿄 오다이바의 한 아파트 모습이다. 우연히도 질서정연하게 불켜진 순간을 잘 포착했다. @ angiolomanetti/Agora

 photo23.jpg » ‘올가미’. 홍콩의 유명한 초밀집형 서민 아파트 ‘익청빌딩’. 답답하게 보이는 집들과 가운데 뻥 뚫린 하늘이 대조를 이룬다. @ laboussole/Agora

photo24.jpg » ‘정돈된 혼돈’. 하늘에서 찍은 홍콩의 모습이다. 복잡하면서도 질서가 있는 도시의 풍경을 잘 표현했다. leemumford8/Agora

photo25.jpg » ‘독야청청’. 딱딱한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강한 생명력을 전해준다. 더구나 꽃까지 피웠다. @ oystein/Agora

출처
1. https://newatlas.com/digital-cameras/winners-gallery-2019-urban-photo-awards/
2. https://newatlas.com/digital-cameras/best-urban-city-photography-2019-agora-gallery/
3. https://newatlas.com/digital-cameras/winners-gallery-2019-siena-international-photo-awards/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진화] 껌 속 DNA로 복원한 5700년전 북유럽 여성


» 껌 속의 DNA 정보를 토대로 복원한 5700년 전 덴마크 여성.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검은 피부에 파란 눈, 짙은갈색 머리
자작나무 송진을  껍처럼 씹었던 듯
농업 전파 안돼 수렵채집하며 살아

과학자들이 신석기인들이 씹던 껌에서 DNA 정보를 추출해 5700년 전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살았던 여성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껌이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 여성에게 `롤라'(Lola)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대 인간 게놈 전체를 뼈가 아닌 곳에서 추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껌 조각이 진흙 구덩이 안 깊숙한 곳에 박혀 있어 DNA가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고대인의 껌 성분은 자작나무 껍질에서 나온 끈끈한 흑갈색 송진이다. 껍질을 가열하면 나오는 것으로, 당시 석기를 접착하는 데 주로 쓰였다. 과학자들은 송진에 이빨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며, 이는 이를 청소하거나 치통 등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또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껌처럼  씹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lola2.jpg » 자작나무 송진으로 만들어진 껌은 길이가 1인치가 채 안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덴마크 남부 롤란섬에서 발견한 이 껌 속의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껍을 씹던 주인공은 거무스름한 피부에 짙은 갈색 머리, 파란 눈을 지닌 여성으로 파악됐다. 이는 비타민 D 생성에 유리한 북유럽인들의 흰 피부가 불과 5000년 사이에 진화한 형질이라는 걸 말해준다. 이 여성은 또 본래부터 이 지역에 살던 그룹이 아니라 빙하기가 끝난 후 유럽 대륙에서 건너온 수렵채집인의 후손일 것으로 추정됐다. 헤이즐넛과 청둥오리의 DNA도 추출됐는데, 이는 당시 이들이 먹던 음식의 일부로 보인다. 특히 오늘날의 유럽인들과는 달리 우유를 소화할 수 없는 `유당 불내증'과 관련한 유전자도 나왔다. 이는 당시 이 지역에는 아직 농경 기술이 전파되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여전히 수렵채집을 통해 먹거리를 조달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원들은 껌에서 입 안에 사는 다양한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선열(림프선 감염 질환), 폐렴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2월17일치에 실렸다.

출처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19-13549-9
https://www.livescience.com/ancient-chewing-gum-reconstructs-lola.html?utm_source=notification
https://gizmodo.com/scientists-reconstruct-lola-after-finding-her-dna-in-1840481633
https://www.wired.com/story/5700-year-old-piece-of-gum/?
https://www.smithsonianmag.com/science-nature/human-genome-recovered-5700-year-old-chewing-gum-180973801/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50809586

2019년 12월 18일 수요일

[우주] 외계행성 분석하는 우주망원경 ‘키옵스’

» 키옵스 우주망원경이 러시아 소유즈로켓에 실려 18일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유럽우주국, 내년부터 3년반 활동 예정
고도 700km 궤도 돌며 태양 등지고 관측
새 행성 찾는 대신 기존 행성 밀도 측정

유럽우주국(ESA)이 외계행성 탐사를 위한 우주망원경 ‘키옵스'(Cheops)를 발사했다. 유럽우주국은 18일 오전 5시54분(한국시각 오후 5시54분)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우주센터에서 러시아 소유스 프레갓 로켓에 키옵스를 실어 우주로 보냈다.
키옵스는 앞으로 지구 700㎞ 상공의 태양동기궤도(태양에 대해 항상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는 궤도)를 돌며 외계행성을 관측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항상 지구의 어두운 쪽에 머물게 돼 햇빛의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무게 280kg의 키옵스에 탑재된 망원경은 길이 1.2m, 지름 30㎝다.
 키옵스라는 이름은 ‘외계행성의 특성을 찾아내는 위성'(CHaracterising ExOPlanets Satellite)에서 따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테스(TESS) 등이 찾아낸 외계행성을 좀 더 정밀하게 관측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2020년 4월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 3년 반에 걸쳐 지름 1만~5만km인 지구~ 해왕성 크기의 외계행성 400~500개를 집중 관측한다. 하루에 1.2기가비트 데이터를 보내올 예정이다. 키옵스 프로젝트는 스위스가 주도하고 있으며, 11개 회원국이 협력하고 있다.
스위스가 제작한 광도계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빛의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빛의 변화는 행성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행성의 정확한 지름을 측정한다. 그러나 빛의 변화량이 그리 크지 않아, 이를 확인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목성 크기의 행성이 지나가더라도 빛의 감소 폭은 1%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크기 행성이 지나갈 땐 변화 폭이 0.01%로 더 미세하다. 과학자들은 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얻은 행성 질량 데이터와 비교해 행성의 밀도를 추산할 계획이다. 밀도는 암석, 가스 등 행성의 구성 요소를 유추하는 근거가 된다.
chops2.jpg » 키옵스 우주망원경 활동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인류가 처음으로 외계행성을 발견한 것은 30여년 전이다. 과학자들은 이후 케플러 우주망원경, 테스 등이 지금까지 4500여개의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키옵스 망원경은 2단계로 이들 외계행성의 내부 구조와 구성을 파악한다. 키옵스에 이어 3단계로는 2021년에 발사될 거대한 제임스웹 망원경(JWST)이 대기하고 있다. 이 망원경은 외계 대기의 화학구성을 분석해 생명체의 존재 여부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 주임무다.
1995년 외계행성을 처음 발견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디디에 쿠엘로 박사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천문학의 전형적인 방법은 먼저 작은 망원경으로 행성을 찾아내고 그 다음 큰 망원경으로 그 행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라며 "키옵스는 제임스웹이 분석할 대상을 골라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키옵스 미디어키트

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3D프린팅] 한 달 2만5천원에 내집을? 세계 첫 3D프린팅 주택단지의 도전

» 멕시코 남동부 시골마을에 50채 규모의 세계 첫 3D프린팅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뉴스토리 제공

멕시코 시골마을에 조성 중
24시간 내 14평 집 벽체 완성
내년까지 50채 완공이 목표
무주택 빈곤층이 입주 대상
무이자 담보대출 7년 상환

세계 최초의 3D 프린팅 주택단지가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 지역의 한 농촌마을에 지어지고 있다. 무허가 판자촌 같은 부실한 주거시설에 사는 빈곤층을 위한 주택 공급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비영리 사회적기업 뉴스토리(New Story)가 전세계 무주택 서민을 겨냥해 추진하는 저비용 주택 솔루션의 첫 사업이다. 3D 프린팅 건축 기술업체 아이콘과 멕시코의 비영리 금융기업 에샬이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2채가 완성됐으며 내년까지 모두 50채를 지을 계획이다. 입주자들에겐 이자율 제로의 주택담보대출이 제공된다. 이에 따라 입주자들은 한 달에 400페소(약 2만5천원)씩 7년간 대출금 원금만 갚으면 온전한 내집을 갖게 된다. 한 달 소득이 200달러(23만원)가 채 안되는 가구가 입주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소득의 10%로 내집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 지역 가구들의 월 평균 소득은 77달러다.
3d.jpg » 3D 프린팅 주택 건설 현장.
건물 벽체를 쌓아올리는 아이콘의 대형 3D 프린터 불칸2는 취약계층 주택 건축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프린터다. 가로 33피트(10미터), 세로 11피트(3.3미터)인 불칸 프린터는 고정형이 아닌 이동형이다. 특히 주로 오지에서 쓰일 것에 대비해, 전기와 물이 부족한 곳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한다. 불칸2는 노즐을 통해 시멘트를 층층이 뽑아내며 24시간 안에 집의 골격을 구축한다. 이전 제품보다 속도가 2배나 빨라졌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현지의 사정을 고려해 자체 개발한 라바크리트(Lavacrete)라는 시멘트 혼합물을 사용해 내진성과 내구성도 높였다. 벽체가 굳고 나면 건축 노동자들이 지붕을 씌우고, 창과 문을 달아 외형을 완성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비영리기업 뉴스토리는 "제약 조건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현지 사정상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은데다 종종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공사장으로 가는 길이 침수돼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3D_Mexico_1-1.jpg » 3D 프린팅 주택의 현관.
완공된 집의 규모는 46.5제곱미터(약 14평)이다. 집 내부는 침실 2개, 거실, 주방,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바깥에 작은 현관도 마련했다. 에샬의 개발이사 그레텔 우리베 (Gretel Uribe)는 “우리는 3D 인쇄 주택의 첫 커뮤니티가 건설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다"며 "그러나 기술적 성취 이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가장 취약한 가정에 적정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자의 재능과 자원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공정성이라는 꿈은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프로젝트라고 이번 사업의 의미를 부여했다.
뉴스토리는 집의 실제 건축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비용을 더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리가 지난해 건축 비용을 4천달러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토리는 내년까지 나머지 48채 집을 모두 완성해 입주까지 마칠 계획이다.
3d-2.jpg » 집의 실내 구조와 배치는 입주 예정자들과 협의해 결정했다. 뉴스토리 제공

 세계 무주택 빈곤층 문제 해결에 기여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2014년 출범한 뉴스토리 창업자인 브렛 헤이글러(Brett Hagler)는 암을 극복한 경력의 소유자로 2016년 <포브스>의 `30살 이하 기업가 30'에 이어, 2018년엔 골드만삭스의 `가장 흥미로운 100대 기업가'에도 선정됐다. 뉴스토리는 2017년 <패스트컴퍼니>로부터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출처
https://newatlas.com/architecture/new-story-3d-printed-neighborhood-mexico-underway/?
https://newstorycharity.org/
https://www.echale.com.mx/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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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4일 토요일

[로봇] 사람-로봇 공존의 미래 체험하는 카페

» 테이블에서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페퍼 로봇. 소프트뱅크 제공
소프트뱅크, 페퍼 로봇 배치한 카페 개장
인사하고 주문받고 간단한 대화도 가능
고객 위해 춤추는 로봇, 청소로봇 곧 배치
"흥미로운 미래 조금 앞서 보여주는 곳"

주문받고 춤추고 청소하는 3가지 유형의 로봇이 종업원들과 함께 일하는 실험적 카페가 일본에 등장했다. 일본의 IT대기업 소프트뱅크는 지난 5일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 자사의 페퍼 로봇을 배치한 카페 `페퍼 팔러'를 개설했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의 로봇 카페이지만, 인공지능과 로봇 혁명을 꿈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추구하는 미래의 자동화 시스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pepper-parlour-tokyo-700x467-c.jpg » 주문대에 서서 손님을 응대하는 페퍼 로봇.
페퍼는 이 회사가 2014년에 프랑스 로봇제조업체 알데바란과 함께 선보인 인간형 로봇이다. 키 120cm로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화가 가능하다. 와플이 주메뉴인 이 카페에서 페퍼가 하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는 주문대에서 손님에게 인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주문을 받는 것, 셋째는 고객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5대의 페퍼가 배치된 주문대가 손님을 맞는다. 페퍼 앞으로 다가가면 페퍼는 내장 카메라를 통해 손님의 표정을 읽고 '기분'을 추정해 그에 맞는 와플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테이블에도 페퍼가 배치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pepper-nao-softbank-700x467-c.jpg » 메뉴 특성에 맞춰 춤을 추는 나오 로봇.
소프트뱅크는 이달 중 `나오'와 `위즈'라는 또 다른 로봇을 추가로 배치한다. 이 로봇들은 페퍼의 절반 크기로 아담하다. 나오는 손님이 주문한 메뉴 특성에 맞춰 고객을 위해 테이블 댄스를 추는 로봇, 위즈는 영업 종료 시간에 바닥을 청소하는 자동청소로봇이다.
소프트뱅크는 페퍼 팔러 웹사이트를 통해 "사람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흥미로운 미래를 조금 앞서서 보여주는 세계 유일의 카페"라고 이 로봇 카페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프트뱅크는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하고 로봇의 진화와 함께하는 미래의 생활을 미리 즐겨보게 하는 것이 이 매장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로봇 카페를 이용하면서 사람들이 로봇에 익숙해지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생활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행복을 주려는 것이라고 소프트뱅크쪽은 강조한다.
pepper-whiz-softbank-700x467-c.jpg » 자동 청소로봇 위즈.
비전은 원대하지만 로봇 페퍼의 소통과 동작 능력은 아직 매우 제한적이다. 페퍼는 지난 5년간 세계 호텔, 공항, 박물관 등에 배치됐지만 대화와 동작 능력이 매우 한정돼 있어 큰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산업용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오락용 로봇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소프트뱅크쪽은 이번에는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통해 고객의 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하쓰미 가쓰타카 이사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실험을 통해 로봇 카페의 매장 관리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앞으로 로봇에 필요한 추가 기능을 회사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퍼는 그동안 3000~3500개 정도가 제작돼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https://pepperparlor.com/
https://futurism.com/the-byte/cafe-robots-opens-japan
https://www.digitaltrends.com/cool-tech/softbank-enters-the-cafe-business-with-new-robot-filled-pepper-parlor/
https://asia.nikkei.com/Business/Technology/At-SoftBank-cafe-in-Tokyo-Pepper-the-robot-will-take-your-order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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