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3일 월요일

[환경] 서울, 2050년 기후변화 위험 도시 7위

» 방콕은 주요 도시 가운데 해수면 상승 위험이 가장 높은 도시로 지목됐다. 픽사베이
세계 85개 주요 도시 분석한 결과
방콕이 기후변화 위험 점수 1위에
서울은 ‘건조겨울 더운여름’으로
멜버른, 물 부족 스트레스 4배로

지금으로부터 30년 후인 2050년은 21세기에 태어난 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할 시기다. 도시화가 계속되면서 그때가 되면 세계 인구 3명 중 2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유엔은 예상한다. 세계화 흐름을 타고 다른 나라의 도시를 방문하거나 머무는 이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도시는 21세기 인류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다. 이미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5%가 도시에서 나온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도시와 기후변화의 악순환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Z세대들의 삶의 터전이 될 세계 주요 도시들의 30년 후 기후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
독일에 기반을 둔 국제 아파트임대플랫폼 네스트픽(Nestpick.com)이 세계 주요 도시의 30년 후 기온 변동과 물 부족, 해수면 상승 폭과 기후유형의 변화(쾨펜기후구분법 기준)에 관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점수를 매긴 `2050 기후변화도시지수'(2050 Climate Change City Index)를 최근 발표했다. 기온 변동 비교의 기준은 1971~2000년 평균 기온이다. 보고서는 세계의 젊은이들의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85개 도시를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cli2.jpg » 서울은 기후변화지수 종합 7위에 올랐다. 기후유형이 현재의 `대륙성 더운 여름'에서 `온대성 건조 겨울 더운 여름'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픽사베이
분석 결과, 기후변화 지수(100점 만점 기준)가 가장 높은 도시는 타이의 방콕(100점)이었다. 이어 베트남의 호찌민(85.3),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84.3), 중국의 선전(62.2), 호주의 멜버른(49.5)이 차례로 상위 2~5위를 차지했다.
서울(45.8)도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영국 카디프(47.0)에 이어 종합 7위에 올랐다. 서울은 해수면 상승과 기온 변동, 물 부족 등 부문별 위험 순위는 각각 22위, 38위, 40위로 높지 않았지만 기후유형의 변화에서 케냐 나이로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서울의 기후가 현재의 `대륙성 더운 여름'에서 `온대성 건조 겨울 더운 여름'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의 연간 평균 기온 변동폭 예상치는 2.12도였다. 기후변화 지수가 가장 낮은 도시는 프랑스 마르세유, 미국 올랜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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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호찌민, 암스테르담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도시 상위 3위권에 들었다. 물 부족 스트레스 증가에선 호주 남동부의 멜버른이 압도적 1위였다. 멜버른은 지난해 9월 이후 장기가뭄으로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은 빅토리아주의 주도이다. 지금보다 물 부족 압박이 4배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 변동에서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가 지금보다 3.53도 오를 것으로 예상돼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의 신시내티(3.38도), 볼티모어(3.35도) 차례였다. 반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0.95도로 상승 예상 폭이 1도에 못 미쳤다.
물 부족 사정은 전반적으로 다른 범주에 비해 다소 나을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 대상 85개 도시 가운데 72개 도시가 2040년까지 물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물 부족에선 중동 카타르의 도하가 지금이나 미래나 가장 큰 스트레스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cli4.jpg » 호주의 멜버른은 앞으로 물 부족 스트레스 증가가 가장 심해질 도시로 꼽혔다. 픽사베이

네스트픽은 이 지수가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대비한 정책을 수립하고 미래 세대가 평생의 거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네스트픽은 기후변화 예측 자체가 어려운데다 이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벨기에 겐트대의 생태학자 장-프랑수아 바스탱(Jean-Francois Bastin) 박사 등 기후변화 전문가들과 쾨펜-가이거 기후변화 예측 자료, 세계자원연구소(WRI) 등의 보고서들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세계 유명 관광도시인 베네치아는 데이터 부족으로 이번 순위 매김에서는 제외했다.
지수는 해수면, 기후, 물 부족 이렇게 세 가지 범주의 점수를 각각 계산한 뒤 각 점수를 더해 총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기후 대응이 이어지는 시나리오(RCP4.5)를 기준으로 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대 1370ppm에 도달하고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986~2005년 평균 대비 2.6~4.8도 상승한다.
 

출처
쾨펜 기후구분
쾨펜가이거기후변화 예측

2020년 1월 31일 금요일

[우주] 역대 최고의 태양 표면 사진이 나왔다

» 지상 최대의 태양관측 망원경에서 촬영한 태양 표면. 밝은 부분은 고온의 플라스마가 치솟는 것을, 어두운 부분은 열이 식어서 다시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미국 NSF 제공
하와이 이노우에망원경, 30km 해상도 구현
요동치는 플라스마 모습이 세포 집합 연상
4회 태양주기 동안 자기장 활동 관측 예정


최근 시험가동을 시작한 지상 최대의 태양 관측 망원경이 역대 가장 상세한 태양 표면 사진을 보내왔다.
미 국립과학재단은 29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섬의 해발 3000미터 휴화산 할레아칼라 정상에 설치한 이노우에 망원경(DKIST=Daniel K. Inouye Solar Telescope)이 12월10일 처음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반사경 지름 4미터의 이 망원경이 포착한 장면은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가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가뭄 끝에 갈라진 땅이나 촘촘히 얽혀 있는 세포(셀) 집합을 보는 듯하다. 각 셀의 크기는 대략 미국 텍사스주(한반도 세배 면적) 만하다고 재단은 밝혔다. 태양 내부의 뜨거운 열이 표면으로 분출해 올라오는 장면의 스틸 사진인 셈이다. 각 셀에서 중앙의 밝은 부위는 플라스마가 치솟는 현상을, 주변의 어두운 색은 열이 식어서 플라스마가 내려가는 현상을 뜻한다. 일종의 대류 현상이다. 이노우에망원경은 30km 크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해상도를 갖췄다. 이는 이전 태양관측 망원경(Richard B. Dunn Solar Telescope)보다 5배나 강력한 것이라고 재단은 밝혔다.
sun2.jpg » 셀 하나의 크기는 텍사스주 만하다. 텍사스주는 한반도의 세배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서

태양은 1초에 약 500만톤의 수소를 연료로  쓰는 거대한 핵융합로다. 여기서 발생하는 플라스마의 영향으로 태양의 자기장이 뒤엉키고, 태양폭풍이 발생해 지구 통신과 전력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를 우주기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노우에 망원경은 우주기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태양 자기장 활동을 상세하게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2017년 미국에서 허리케인 이마가 발생했을 당시 태양의 우주기상으로 인해 8시간 동안 무선통신과 항공, 선박 통신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재단은 이노우에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자기장의 변화 예측 시점을 지금의 48분에서 48시간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노우에망원경의 가동에 이어 2월엔 유럽우주국 태양관측 위성 ‘솔라 오비터’가 발사된다. 이렇게 되면 2018년 발사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파커 솔라 태양탐사선과 함께 태양 관측의 3각 편대가 형성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천문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데이비드 보볼츠는 "앞으로 6개월 동안 보조장비를 추가하면서 이노우에망원경을 계속 테스트할 예정"이라며 "이 망원경은 갈릴레오가 1612년 망원경으로 태양을 처음 관측한 이래 수집된 모든 태양 관측 데이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앞으로 5년 안에 수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우에망원경의 정식 가동은 7월부터다. 이노우에란 명칭은 하와이 출신 상원의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국립과학재단은 이노우에망원경의 운영 기간을 태양주기 4회로 잡고 있다. 1회 태양주기가 11년이므로 햇수로 따지면 약 45년 안팎이다.
sun4.jpg » 해발 3천미터 할레아칼라 화산 정상에 설치한 이노우에망원경(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정작 하와이 주민들은 그동안 망원경 설치에 반발해 왔다. 하와이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할레아칼라산을 망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마우이대학에 2천만달러를 지원하고, 관측시간의 2%를 하와이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하는 등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출처

2020년 1월 26일 일요일

[건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박쥐 바이러스와 96% 일치


» 전자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바이오알카이브에서 인용.
바이러스 게놈 상세 분석 결과 발표
사스 바이러스와는 79.5% 일치
폐 침투 수용체는 사스와 똑같아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2019, 일명 우한폐렴)에 대한 상세한 게놈 분석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23일 이 바이러스가 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같은 종이며, 박쥐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생물학 분야 온라인 공개논문집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사스는 2002년 중국에서 시작해 이듬해까지 전 세계에서 8천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호흡기 질환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확산 초기 단계의 환자 5명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전체 게놈 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79.5%, 박쥐에서 발견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96%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마른기침, 두통,호흡곤란, 폐렴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치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폐포 손상에 따른 호흡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연구진은 또 인간 폐 세포에 침투하는 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수용체는 사스 바이러스와 똑같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사스 치료제가 우한 폐렴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또다른 중국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뱀을 중간 숙주로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의료바이러스학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오류인 것으로 보인다고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우한의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바이러스의 감염 환자는 지금까지 500명, 사망자는 1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는 사스 사태를 겪고 난 이후 중국 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com/f/615087/virus-in-chinese-outbreak-is-closest-to-one-from-bats-not-snakes/
논문 보기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01.22.914952v1.full.pdf

2020년 1월 24일 금요일

[미래이슈] “인류 파국 100초 전”…20초 더 당겨진 ‘운명의날 시계’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고 있는 핵과학자회. 핵과학자회 제공
1947년 첫 발표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워져
핵과학자회 “파국 순간, 분 단위서 초 단위로”
핵무기 위기·기후변화에 사이버세상 위험 추가

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겨졌다. 자정은 지구 파멸의 순간을 뜻한다.
미국의 핵과학자단체 ‘핵과학자회’(BAS)는 23일(현지시각)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을 ‘23시 58분 20초’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정 2분 전'이었던 지난해보다 20초 앞당겨진 것이자,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레이첼 브론슨 (Rachel Bronson) 핵과학자회 회장은 "우리는 이제 세계가 파국에 얼마나 가까와졌는지를 시간이나 분이 아닌 초 단위로 표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은 어떤 조그만 실수나 더 이상의 지체를 용납할 수 없는 참으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destruction-4743667_1280.jpg » 핵무기 위험과 기후변화, 사이버 위협이 요인으로 꼽혔다.
분침을 앞당기게 한 요인은 크게 핵무기 위험과 기후변화 두 가지다. 핵과학자회는 핵무기 위험의 경우 지난해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헝클어지고 이란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북한의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노선이 대립하던 2018년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2분 전'으로 30초 앞당겨 경각심을 높인 바 있다. 이는 미국과 소련이 수소폭탄 개발 경쟁에 한창이던 1953년과 같은 시각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해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로 인해 크게 높아졌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지구는 전세계적인 기온 상승 요인인 엘니뇨(동태평양의 수온 상승) 현상이 없었음에도 사상 두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doomsday_clock_hour_clock640-nc.png » 운명의날 시계 조정 내역. BBC에서 인용.

`지구 종말 시계'로도 불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핵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1947년 미 시카고대 핵물리학자들이 주도해 고안했다.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세계의 핵무기 개발 상황과 국제관계 긴장 수준을 반영해 시계의 분침을 수정해 왔다. 2007년에는 기후 변화를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
브론슨 회장은 "운명의 날 시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엔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가장 큰 위협이었지만, 2007년에 우리는 이제는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사이버 공격 등 다른 파괴적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의 위협 요인으로 사이버 공격과 가짜뉴스를 꼽았다. 그는 "정보 환경이 복잡해지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며 "이것이 다른 모든 위협 더욱 위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브론슨 회장은 "운명의 날 시계는 대중으로 하여금 핵 안보와 기후변화에 관해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핵 무기에 들어갈 막대한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7년 종말 시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설정 시각은 자정 7분전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24차례 시간 조정이 이뤄졌다. 종말 시계가 자정에서 가장 멀어졌던 때는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1년이었다. 당시 분침은 자정 17분 전으로 후퇴했다.

2020년 1월 22일 수요일

[건강] `스트레스 받으면 흰머리카락 는다'는 말은 진짜

» 스트레스가 흰머리카락을 늘리는 메카니즘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 쥐 실험 통해 규명
교감신경 자극해 모낭 색소 줄기세포에 영향


흰 머리카락은 대표적인 노화 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모낭 속 세포의 기능이 줄거나 감소하기 때문이다. 흰머리카락은 대개 옆머리에서 시작해 뒷머리를 거쳐 정수리쪽으로 퍼져 나간다. 때로는 특정 질환으로 인해 흰머리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노화나 건강상 문제가 없는데도 자꾸만 늘어나는 사람이 있다. 원인이 뭘까? 시중의 속설 가운데 하나가 스트레스 책임론이다. 흔히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흰머리도 이 범주에 들어간 셈이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프랑스 대혁명으로 쫓겨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속설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멜라닌세포의 줄기세포 감소를 유발해 흰머리를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닌세포는 검은색, 갈색 등의 색소를 만드는 세포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흰머리카락 급증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그 메카니즘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흰머리카락 증가는 멜라닌 세포 감소 때문인데, 이번 연구는 쥐 실험을 통해 그 과정에 스트레스가 개입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면역 공격이나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코티솔) 때문이라는 이전의 이론과는 다른 결론이다. 연구진도 처음엔 면역 공격과 코티솔 분비가 원인일 것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부족한 쥐나 코티솔을 분비하지 못하는 쥐에서도 흰머리카락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이 가정을 포기했다.
hair2.jpg » 멜라닌 줄기세포(노란색)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교감신경(자주색). 네이처 제공

연구진은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매운맛으로 잘 알려진 캡사이신 계통의 물질을 주입했다. 그러자 곧바로 쥐의 멜라닌 줄기세포 수가 감소하고, 모발 색깔이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연구진은 "불과 5일만에 모든 색소 재생 줄기세포가 사라졌다. 줄기세포가 사라지면 더는 색소를 재생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그 과정은 이랬다. 우선 스트레스는 쥐의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켰다. 활성화한 교감신경은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했다. 가까이 있는 멜라닌 줄기세포가 이 물질을 흡수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멜라닌 줄기세포의 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물질이다. 증식한 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 바뀌어 색소 공급원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연구진은 이와 반대로 줄기세포의 증식을 차단하면 멜라닌 줄기세포도 감소하지 않고 흰머리가 늘어나지도 않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가 흰머리카락을 늘리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본격 연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신체의 다른 부위에 대한 스트레스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을 희게 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하자. 이번 연구 내용은 <네이처> 1월22일치에 실렸다.

2020년 1월 21일 화요일

[환경] 에어컨이 북극을 녹였다고?

» 그린란드 야콥스하븐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 조각들. Credit: Kevin Krajick/Earth Institute

오존층 파괴 물질의 온실 효과 막대
1955년 이후 북극 온난화 절반 책임
지구 평균 기온에도 3분의1 영향 줘

“더워진 지구가 에어컨을 불렀고, 에어컨은 북극을 녹였다.”
할로겐 화합물로 과거 에어컨, 냉장고 등의 냉매로 널리 쓰였던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 CFC)는 대표적인 오존층 파괴 물질이다. 성층권 하늘에 분포해 있는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유해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냉매로 쓰인 화학물질의 폐해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기 중에 일단 방출되면 50년 이상 머물면서 열을 가둬두는 온실가스 역할도 한다. 화합물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1만1천배나 높다.
미국 컬럼비아대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합동연구진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실제 온실 효과가 어땠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정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이 <네이처 기후변화>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오존층 파괴 물질은 1955년에서 2005년까지 50년에 걸쳐 이뤄진 지구 온난화 중 3분의 1을 유발했다. 연구진은 오존층 파괴 물질의 1955년 이후 50년 궤적과, 1995년 수준에서 멈췄을 경우를 상정한 기후 모델을 만들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기온 상승 폭이 각각 0.59도와 0.39도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중 오존층 파괴 물질의 지구 온난화 기여도가 3분의1에 해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존층 파괴 물질이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해온 셈이다.
OZONE_large.jpg » 2006년 9월 남극대륙 상공의 오존층 구멍. 이때가 사상 최대 크기였다.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오존층 파괴 물질이 북극 온난화에 끼친 영향은 더욱 컸다. 두 경우의 북극 기온 상승폭은 각각 1.59도, 0.8도였다. 같은 기간 북극 기온 상승 폭의 절반은 오존층 파괴 물질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계기로 기존 냉매 사용이 금지되면서 오존층 파괴 물질의 대기중 농도는 20세기 말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이 물질의 대기 중 존속 기간은 수십년에 이르기 ?때문에 영향이 광범위했다고 강조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은 1985년 남극 성층권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 확인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 물질들은 1920~1930년대에 개발된 냉매, 발포제, 압축가스 등으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 물질이다. 유엔은 부랴부랴 대책 수립에 나서 2년만에 몬트리올의정서를 체결해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과 유통을 단계적으로 퇴출시켰다. 이 논문은 <네이처 기후변화> 1월20일치에 실렸다.


출처
논문 보기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가 지구온난화를 늦춰줘
오존홀

[건강] 인간의 노화엔 4가지 유형이 있다


age.jpg » 노화에는 적어도 네가지 유형의 경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픽사베이

대사형, 면역형, 간형, 신장형 분류
한 가지 아닌 여러 유형 복합 진행

나이가 들면 모두가 늙는다. 하지만 늙어가는 속도와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노화로 인해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도 제각각이다. 이유가 뭘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주요 생체 지표들을 토대로 인간 노화는 적어도 네가지 유형의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34~68세의 건강한 성인 43명을 대상으로 2년간 5차례 이상 분자 수준에서의 노화 표지를 살펴본 결과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스나이더 교수는 "이미 콜레스테롤 같은 좋은 표지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한테 평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알고 싶었다"고 이번 연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 기간 동안 참가자들의 혈액, 대변, 염증물질 등 생체에서 채취한 시료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분석했다. 그리고 이 속에 있는 미생물과 단백질, 대사물질, 지질(지방) 같은 분자들의 양과 활동 상태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살폈다. 이를 통해 생물학적 나이 추정에 이용할 수 있는 600가지의 표지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것들을 분석한 결과, 네 가지 노화 경로를 가려낼 수 있었다. 그 네 가지는 체내 물질의 증가 및 감소와 관련한 대사형, 면역 반응과 관련한 면역형, 간 기능과 관련한 간형, 그리고 신장 기능과 관련한 신장형이다. 연구진은 대사형 노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당뇨와 같은 병증이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당의 측정 지표인 당화혈색소(hemoglobin A1c) 수치가 높아졌다.
연구진은 그러나 사람들이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노화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여러 건강 위험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또 인슐린(혈당 조절 호르몬)이 잘 분비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노화가 다르게 진행되는 것도 발견했다. 두 그룹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체적으로 10가지 분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 분자들 중 상당수가 면역 시스템 기능에 관여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이 관찰한 2년 동안, 모든 실험 참가자들의 노화 표지가 변화를 보인 건 아니었다. 생활습관을 바꾼 사람, 특히 식습관을 바꾼 사람들의 경우엔 노화 표지가 한때 감소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각 개인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건강 위험을 미리 찾아내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한 노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도교수인 스나이더도 직접 실험에 참가해, 자신의 생체 시료를 수집했다. 스나이더는 보도자료를 통해 "분석 결과 아주 평균적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말 나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할 무렵 역도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앞으로 자신의 노화 경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논문은 <네이처 메디신> 1월13일치에 실렸다.

출처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327495.php#1
https://www.livescience.com/four-types-of-aging-revealed.html
스탠퍼드대 보도자료
http://med.stanford.edu/news/all-news/2020/01/_ageotypes_-provide-window-into-how-individuals-age--stanford-st.html

2020년 1월 17일 금요일

[미래이슈] 2020년대 세계 위협 요인 `톱5'는?

» 환경 문제가 향후 10년 세계를 위협할 요인 ‘톱5’를 휩쓸었다. 픽사베이
기후변화서 생물다양성까지 모두 환경 문제
세계경제포럼, 2020 세계위험 보고서 발표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이 2020년대에 인류가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은 세계 위험 요인 `톱5'를 휩쓸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1~24일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발표한 `2020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산업계 지도자들과 엔지오, 학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0년대에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위협으로 이상이변이 꼽혔다. 이들은 이어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인간 유발 환경 재난을 2~5위로 꼽았다.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5번째 발표된 `세계 위험 보고서'에서 환경 문제들이 톱5를 독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럼에 참가하는 젊은 지도자들(글로벌 셰이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환경 위험이 상위 1~5위를 싹쓸이했다. 다만 젊은층은 생물다양성 문제를 기상이변에 이어 두번째로 꼽았다.
6~10위는 데이터 사기 및 절도, 사이버공격, 물 부족 위기, 거버넌스 실패, 자산 거품이 차지했다. 그러나 다보스포럼 참석 인사들의 상당수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개인 비행기를 타고 회의 장소에 오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설문 조사 결과를 머쓱하게 한다.
올해의 위협 요인에 대해선 설문 응답층별로 견해가 갈렸다. 지도층 인사들은 국가간 무역 마찰(78.5%)과 국내 정치 양극화 현상(78.4%)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폭염(77.1%), 생태계 파괴(76.2%), 사이버공격(76.1%) 차례였다. 반면 젊은층은 폭염(88.8%), 생태계 파괴(87.9%), 오염 건강(87.0%)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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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5일 수요일

[우주] 옥토끼가 달에서 1년을 보냈다

» 창어 4호에서 바라본 ‘위투 2호’. 중국 국가항천국 제공
중국 남극 분지 월면차 ‘위투 2호’
작년 1월 이후 370일 넘게 활동중
1970년 소련 ‘루노호트’ 기록 넘어
1년 간 210기가바이트 자료 전송
중국, 2027년까지 5~8호 발사 계획

옥토끼가 가혹한 자연 환경의 달에서 1년을 버텨냈다. 달에서 지내려면 낮에는 영상 130도, 밤에는 영하 19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 기온을 견뎌내야 한다. 물론 실제 토끼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1월 달 뒷면에서 활동을 시작한 중국의 월면차 `위투'(옥토끼) 2호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에 따르면 지난해 1월3일 ‘창어 4호’에 실려 달 남극 에잇킨 분지에 도착한 ‘위투 2호’는 하루 뒤인 4일 착륙선을 빠져 나와, 1년 넘게 낮 시간을 이용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16일 현재 370일이 넘어섰다. 이는 1970년 11월 달에 도착해 321일간 활동했던 옛 소련의 월면차 `루노호트 1호'의 기록을 훌쩍 넘어선 최장 기간이다. 달 기준으로는 13일 낮밤을 보냈다. 달의 자전주기는 27.3일이어서 달의 낮과 밤은 지구일 기준으로 대략 14일마다 바뀐다. 중국 국가항천국은 애초 위투 2호의 활동기간을 석달로 설정했다. 목표를 네 배나 초과 달성한 셈이다. 해가 지면 미리 정해진 곳에서 이동을 멈추고 차의 전면부는 남쪽, 태양 전지는 동쪽을 향한 채 휴식을 취한다.
china2.jpg » 착륙선 ‘창어 4호’.

다만 위투 2호의 이동거리는 매우 짧다. 지난해 말 현재 357.7미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동 거리에서는 루노호트가 12km로 훨씬 더 길다. 이는 위투 2호가 있는 남극 분지가 매우 울퉁불퉁한 영향도 있다.
china3.jpg » 창어 4호가 착륙한 달 남극 지역.

지난 1년 동안 위투 2호는 남극 지역의 달 토양 성분에 대한 자료들을 보내왔다. 보내온 자료의 양은 210기가바이트가 넘는다. 과학자들은 이곳 토양엔 소행성 충돌로 인해 깊은 곳에서 밖으로 삐져나온 물질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물질들을 분석하면 달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 기지를 어디에 세우는 것이 좋을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도 얻을 수 있다.
china4.jpg » 위투 2호가 찍은 이동 흔적
.
중국은 현재 몇가지 달 탐사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첫째는 2020년 말 발사할 창어 5호다. 달 표본을 수집해 갖고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달 북위 40도의 `몽스 륌케르'(Mons Rümker) 언덕에서 2kg을 갖고 온다. 2024년에는 두번째 달 표본 수집-귀환 탐사선 창어 6호를 보낸다. 창어 6호는 달 남극 지역의 표토를 갖고 온다. 그에 앞서 2023년엔 창어 7호를 보내 이 지역에 관한 상세 정보를 수집한다. 마지막으로 2027년엔 창어 8호를 보내 유인 착륙을 위한 사전 준비 자료를 수집한다.
한편 국가항천국은 16일 푸저우대에서 `제5회 중국 우주의 날' 100일 전 행사를 벌였다. 2016년 제정된 중국 ‘우주의 날’은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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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3일 월요일

[건강] 코 호흡에 숨어 있는 놀라운 건강 과학

» 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픽사베이

코는 오염물질 차단, 체온·수분 조절 역할
열대 지역에 사는 사람이 콧구멍 더 넓어
코 안쪽서 면역· 혈관 확장 산화질소 가세

숨을 쉬는 건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활동이지만, 일상적으로 우리는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 몸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호흡은 코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린이의 50%(브라질), 성인의 61%(미국)가 종종 입으로 숨을 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입으로 호흡하는 건 괜찮을까? 영국 대중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입이 아닌 코 호흡을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코 호흡은 우선 외부의 공기가 코 안의 코털, 콧물 등을 거치도록 해 먼지를 비롯한 외부 오염 물질의 체내 유입을 막아준다. 코 안쪽의 비강에는 공기를 체온에 맞게 데우거나 식히고, 수분을 공급하거나 병원균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점막이 있다. 한 예로 열대지방 사람들은 콧구멍이 넓고 유럽인들은 콧구멍이 좁은 경향이 있다. 흡입된 공기는 더 안쪽의 구멍(부비강)을 지나면서 혈관 내벽에서 분비되는 산화질소를 만난다. 산화질소의 역할은 면역 작용과 혈관 확장이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죽이고, 호흡기의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에 더 많은 산소가 유입되게 해준다. 체내 산화질소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 공로로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nose5.jpg » 코 호흡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픽사베이
코 호흡이 입 호흡보다 20% 더 산소 흡입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전체적으로 50% 더 많은 공기 저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폐의 공간을 넓혀주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최대 20% 더 많은 산소를 흡입할 수 있다고 한다.
코 호흡은 뇌 기능도 향상시켜 준다. 예컨대 2019년 `구강과학저널'(Journal of Oral Science) 61호에 실린 한 연구에선, 어릴 때 입 호흡을 한 쥐는 코 호흡을 한 쥐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뇌의 해마에 뉴런 수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8년 11월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엔 코 호흡을 할 때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점수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메카니즘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비강은 감각 뉴런을 통해 뇌의 감정 및 기억 처리센터와 연결돼 있다. 이 뉴런은 후각 신호를 전달하는 것과 함께, 공기의 흐름을 감지해 뇌파를 이 리듬에 맞춰준다. 이렇게 동기화된 뇌파는 뇌의 후각 처리 영역을 넘어 기억, 감정 및 인식을 담당하는 영역에까지 뻗어나간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코 호흡의 이런 이점을 놓치고 입 호흡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 호흡은 구취, 수면 부족, 학습 곤란, 충치 및 턱 기형의 위험을 높인다고 이 매체는 경고했다.
nose2.jpg » 천천히 호흡하면 혈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픽사베이

천천히 숨쉬면 혈관 넓어지고 심박수 줄고
허밍하면 산화질소량 최대 15배까지 늘어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입 호흡을 하는지 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입 호흡이 의심스러우면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 방법은 가벼운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의 코골이와 졸음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잡지는 다만 이 방법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1개뿐이라는 점을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1분당 6번 정도로 천천히 호흡할 경우 혈관이 넓어지고 심박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천천히 길게 숨을 내쉬는 데 집중하면 휴식, 소화를 관장하는 미주신경도 자극된다. 1분에 세 번 정도로 호흡 속도를 더 늦추면 잠 잘 때처럼 세타 뇌파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마지막으로 `허밍'(입을 다문 채 콧소리를 내는 것)의 효과를 소개했다. 작은 소리로 허밍을 하면 부비강에 공기 소용돌이가 형성돼 면역과 혈관확장 작용을 하는 산화질소량이 최대 15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출처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mg24532640-600-how-to-breathe-your-way-to-better-memory-and-sleep/
코의 진화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082274-the-evolution-of-the-nose-why-is-the-human-hooter-so-big/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가 3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을 보면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196172-breathing-in-before-doing-something-may-actually-make-you-better-at-it/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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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2일 일요일

[우주] 2083년, 별의 폭발을 맨눈으로 본다

» 화살자리의 쌍성계 별 `브이 사지태'. 왼쪽이 백색 왜성, 오른쪽이 동반별이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제공
화살자리의 쌍성계 별 ‘브이 사지태’ 관측 결과
60여년 후 신성 폭발 예상…금성처럼 빛날 수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천문학자들이 이번 세기 안에 신성(nova)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별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별은 지구에서 1100광년 거리의 화살자리에 있는 쌍성계 별 `브이 사지태'(V Sagittae)다. 화살자리는 북쪽 하늘에 떠 있는 9.6등급의 아주 희미한 별자리다. 백조자리 바로 아래쪽에 있다.
연구진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235회 미국천문학회 발표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이 별이 60여년 후인 2083년 무렵에 폭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별이 발견된 것은 1902년. 당시엔 단순한 변광성으로 인식했지만 천문학자들은 1963년 이 별이 쌍성임을 확인했다. 천문학에서 `격변 변광성'(Cataclysmic Variables=CVs)으로 분류되는 이 별은 동반별(2차별, 기증자 별)과 백색 왜성(기본별)으로 구성돼 있다. 동반별이 백색 왜성을 도는 형태로 짝을 이룬다. 보통은 동반별이 더 작지만, `브이 사지태'는 동반별이 백색 왜성보다 3.9배 더 큰 독특한 형태다. 두 별의 거리는 백색 왜성의 중력이 동반별의 모양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아주 가깝다고 한다. 이 중력의 힘으로 동반별의 물질이 강력한 자외선과 엑스선을 방출하면서 백색 왜성 표면으로 떨어진다. 표면에 충분한 양이 쌓이면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별이 매우 환한 빛을 내게 된다. 이 현상이 신성(nova)이다. 일종의 폭발 현상이다.
star3.JPG » ‘브이 사지태’는 견우성, 직녀성, 데네브가 형성하는 여름철 밤하늘의 대삼각형 가장자리에 있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제공

연구진은 2083년이 바로 핵융합 반응이 정점을 맞는 시기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브이 사지태는 지금은 중형 망원경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지만 2083년 무렵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만큼 밝게 빛날 것"이라고 밝혔다. 잘 하면 금성(샛별)처럼 빛날지도 모른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조사 결과 이 별은 이미 1890년대 이후 2010년대까지 10배(겉보기등급 기준 2.5) 밝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동반별의 물질을 흡수한 셈이다. 정점을 지난 백색왜성은 그 이후 기증자 별과 점점 가까와지면서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연구진은 신성 폭발 예측의 오차 범위를 16년으로 봤다. 적어도 2067년에서 2099년 사이에는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금의 중년 세대는 살아서 이 흔치 않은 우주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구를 이끈 섀퍼 교수는 "브이 사지태는 1604년 관측된 케플러 초신성보다는 못하지만, 지난 1세기 동안 목격한 신성 폭발 가운데 가장 밝은 것보다 더 밝게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보도자료
별 겉보기등급 기준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IT] 이 젖소는 왜 VR 헤드셋을 썼을까?

» 특별 제작한 가상현실 기기를 쓴 젖소. 러시아 농식품부 제공

러시아서 가상초원 헤드셋 착용 실험 진행
심리적 안정감 확인...우유 생산 영향 주목

동물들은 가상현실(VR) 기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러시아에서 다소 엉뚱해 보이는 가축 사육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젖소의 머리에 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해 사육하는 실험이다. 젖소의 마음을 안정시켜 우유의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도 늘리자는 목적에서다.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등의 사례는 있었으나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언론들은 최근 농식품부 주도 아래 모스크바 인근의 한 대형 농장에서 적록색맹인 소의 시각 능력을 고려해 제작한 가상현실기기로 특별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식품부는 사육 환경이 젖소의 건강과 우유의 질,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한 젖소들의 눈에는 좁은 축사나 울타리가 둘러처진 목장이 아닌 여름철의 광활한 가상 초원이 펼쳐진다.
cow2.jpg » 1차로 스트레스가 덜해지는 효과는 확인했다고 한다. 러시아농식품부 제공
가상현실기술의 활용이 우유 품질과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농부들은 일단 소들이 가상현실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은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만약 가상현실기기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된다면 가상현실기기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 나을까? 가상현실기기보다는 실제 들판에서 방목하는 것이 더 나은 건 아닐까? 가상현실기기를 벗고 나면 젖소가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이번 실험은 이런 몇가지 질문도 함께 던져준다.

출처
https://www.engadget.com/2019/11/26/cows-with-vr-headsets/
https://futurism.com/the-byte/russian-farmers-vr-cows
https://msh.mosreg.ru/sobytiya/novosti-ministerstva/25-11-2019-10-07-55-na-podmoskovnoy-ferme-testirovali-vr-ochki-dlya-ko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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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2010년대를 상징하는 숫자는?...`8,400,000'

» 벌목으로 사라진 아마존 숲. 2016년 촬영한 사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통계학자들 `2010년대 통계' 발표
1위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
축구장 840만개가 없어졌다는 뜻

해마다 `올해의 통계 숫자'를 발표하는 영국 왕립통계학회(RSS)가 2010년대의 마감을 기념해 지난 10년의 세상을 상징할 수 있는 `2010년대의 통계'를 최근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이 지난 10년의 시대정신을 포착한 통계로 꼽은 숫자는 `840만(8,400,000)'이다. 뭘 뜻하는 숫자일까? 지난 10년 동안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남미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개발을 위한 벌목 등으로 사라진 숲의 규모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라진 숲을 축구장에 비유하면 840만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축구장 크기의 숲이 1분에 1.6개씩 사라졌다는 얘기다.
실제 사라진 면적은 2만4000제곱마일(6만2160㎢)다. 한국 영토의 60% 남짓에 해당한다. 학회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의 관측 데이터와 국제축구연맹이 규정한 축구장 규격을 토대로 계산해 비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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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장을 맡은 학회 부회장 제니퍼 로저스 교수는 "아마존 같은 대체불가의 열대우림이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심사위원들은 이 통계가 10년 동안 진행된 최악의 환경 파괴 사례 중 하나를 포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마존 삼림파괴는 한동안 하향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극우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경제개발을 내세운 규제 완화로 다시 극심해지고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심사에 참여한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의 리버티 비터트 교수(데이터과학)는 "아마존은 1800억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데 나무를 베거나 태우면 이 탄소가 대기 으로 방출된다"며 "탄소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1톤당 417달러에 이른다는 연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사라진 숲을 복구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적게 잡아도 300억달러가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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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500만대...10년간 늘어난 SUV 차량도 추천 숫자로

지난 10년을 상징하는 대표적 통계로 경쟁을 벌엿던 추천 숫자로는 두 가지가 더 있었다. 첫째는 `1억6500만(165,000,000)'이다. 이 숫자는 2010년 이후 늘어난 전 세계 SUV 차량 숫자를 가리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SUV는 3500만대에서 2억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학회는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가스를 배출한다"며 "SUV 수요 급증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배출가스 절감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심사위원들은 이 통계에 특히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19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SUV는 중형 승용차보다 연료를 25% 더 소비한다"며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라면 2040년 석유수요 전망치에서 하루 200만배럴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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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간의 전세계 대기오염 사망률 감소 폭 

또 다른 추천 숫자 `19%'는 희망을 주는 통계다. 월드인데이터의 통계에 따르면 2007~2017년 대기 오염으로 인한 세계 연령표준화 사망률(Age-standardized death rate)이 19% 감소했다. 학회는 "이런 긍정적 흐름은 이 기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1990년 이후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10만명당)는 거의 절반이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감소의 주된 요인은 실내 공기질 개선이다.
학회가 발표한 `2010년대의 통계'는 추천을 받은 세가지 숫자가 모두 환경과 관련한 것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별한 변수가 돌출되지 않는 한 2020년대에도 기후변화를 필두로 한 환경 문제는 첫손에 꼽힐 지구촌 이슈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jACni8G_6U
https://www.statslife.org.uk/news/4398-rss-announces-statistics-of-the-decade
https://theconversation.com/statistic-of-the-decade-the-massive-deforestation-of-the-amazon-128307/?xid=PS_smithsonian
https://www.smithsonianmag.com/science-nature/amazon-has-lost-more-ten-million-football-fields-forest-decade-180973879/?u
2019년의 통계
https://www.statslife.org.uk/news/4393-statistics-of-the-year-2019-winners-announced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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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6일 월요일

[우주] 인터넷위성 ‘스타링크’ 60기 세번째 하늘로

스페이스엑스, 지난해 5월 이후 180기 발사
1~4달 기능 점검 후 고도 550km 상공 정착
이르면 2021년 전세계에 우주인터넷 서비스
별 관측 방해 우려에 ‘빛 반사 차단’ 실험 추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6일 인터넷위성 스타링크를 세번째 발사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날 오후 9시19분(한국시각 7일 오전 11시19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타링크 위성 60기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을 발사했다. 이로써 스페이스엑스가 지금까지 발사한 스타링크는 모두 180기에 이른다. 앞서 스페이스엑스는 2019년 5월과 11월에 각각 60기의 스타링크를 발사한 바 있다.
이날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은 고도 290km 상공에 일단 배치돼 1~4달 동안 원격 기능 점검을 받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내부 추진기를 이용해 고도 550km의 본궤도까지 다시 날아오른다. 이 모습은 지상에서도 잘 보이지만, 작동 고도에 도달하게 되면 위성은 하늘 쪽으로 방향을 바꿔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star2.jpg » 이륙 8분30초 후 대서양 앞바다 바지선으로 귀환한 팰컨9 1단계 추진체. 웹방송 갈무리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말까지 24차례 발사를 통해 1584개의 위성을 배치한 뒤 2021년부터 전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에 앞서 360~400기가 저궤도에 올려지는 2020년 중반부터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목표로 하는 인터넷위성 수는 4만2천여기다. 애초 2020년대 중반까지 1만2천개를 쏘아올린다는 계획에서 이후 3만기를 추가했다. 목표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천문학계는 대규모 위성군단이 하늘에 상주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위성이 반사하는 햇빛이 지상에서의 천문 관측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이와 관련해 "이번에 발사한 위성 중 1기에 위성 본체의 빛 반사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처리를 해 실험한다"고 밝혔다.

[로봇] 뚜벅뚜벅…두 다리로 걷는 배달로봇 나왔다

» 사람처럼 걸어서 물품을 배달하는 2족 보행로봇이 시판됐다. 어질리티로보틱스 제공

미 신생기업, 포드자동차에 2대 판매
포드, 자율주행차 배달시스템에 이용

2019년 가을 4족보행 로봇 ‘스팟’이 출시된 데 이어, 새해 들어 이번엔 2족보행 로봇이 여기에 가세했다. 현재의 택배요원 배달 방식을 흉내낸 2족보행 배달 로봇이다. 두 다리 로봇은 바퀴형 로봇에 비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생산 업체는 미국의 신생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첫 구매 고객은 포드자동차다.
포드는 5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가전박람회(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두고 어질리티로보틱스의 2족보행 배달로봇 `디지트'(Digit) 2대를 인도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드의 구상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의 짐칸에 배달로봇을 탑승시켜 자동배달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짐을 실은 자율주행 배달차량이 집 앞 도로에 정차하면, 함께 타고 있던 2족보행 로봇이 짐을 들고 차에서 내려 집 앞까지 들고 간 뒤 현관 앞에 내려놓고는 초인종을 누른다. 포드는 자율주행 밴에 디지트를 태워 이 시스템을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일단 디지트 2대를 구매했다. 아래의 영상은 이 시스템의 시연 영상이다.

이 배달로봇은 최대 40파운드(18kg)의 물품까지 들 수 있다. 로봇의 가격에 대해 어질리티로보틱스의 대미온 셸턴 최고경영자는 <더 버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약간 낮은 숫자대의 6자리”(10만~50만달러)라며 로봇의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시간당 약 25달러의 비용을 지불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로봇의 행동 범위는 물품 배송의 마지막 구간이다. 포드의 기술책임이사 켄 워싱턴에 따르면 정차 지점에서 집 현관까지 마지막 15미터가 디지트의 활동 구간이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계속 성장해가는 상황에서 로봇이 물품 배송을 더욱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digit2.jpg » 2019년 10월 공개한 디지트 버전2. 유튜브 갈무리
2015년 오레곤주립대 로봇연구소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2017년 타조에서 영감을 얻은 2족보행 로봇 캐시(Cassie)를 선보인 바 있다. 디지트는 여기에 상체와 두 팔을 추가한 것이다. 디지트의 가슴엔 장애물과 지형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와 라이더 센서가 달려 있다. 두 팔은 물건을 집어 올리는 것은 물론 초인종을 누르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거나 넘어졌을 때 짚고 일어서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2018년부터 포드와 함께 자율주행차와 배달로봇을 결합한 물품 배송 시스템 연구를 시작해 2019년 봄 처음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지금까지 몸의 균형을 잡고 장애물을 피하며 길을 가는 능력을 더 키웠다고 한다. 어질리티는 물품 배달 말고도 물류창고와 같은 실내에서의 작업에도 이 로봇이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질리티는 현재 6대의 디지트를 생산했으며 올해 안에 20~30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 영상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디지트 두번째 버전이다. 실내 작업 용도로 쓰는 것을 염두에 둔 시연 영상이다.


출처

2020년 1월 4일 토요일

[자동차] 자율주행차는 왜 드리프팅 기술을 연마할까

» 들로리안을 개조한 자율주행 스포츠카 `마티'. 스탠퍼드대 제공

지그재그에 회전까지...장애물 코스 완벽 주행
"물리법칙으로 피할 수 있는 모든 사고 피한다"

자율주행차가 전문 카레이서를 뺨치는 장애물 코스 주행 묘기를 펼쳐 보였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역학설계연구실의 연구진은 최근 영화 <백투더퓨처>에 등장하는 플라잉카와 똑같은 모양의 `들로리안'(1981 DMC DeLorean) 스포츠카를 개조한 자율주행 전기스포츠카 `마티'(Marty)로 운전자의 개입없이 장애물 코스를 완벽하게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마티'는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마티는 샌프란시스코 북쪽 선더힐 모터스포츠 경기장에 마련한 총 길이 1km의  장애물 코스에서 드리프팅(코너 등의 주행시 뒷바퀴가 표면 마찰음과 연기를 내면서 옆으로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기술), 지그재그 주행, 회전 등 다양한 주행 실력을 과시했다. 연구진은 마티의 방향 전환 능력이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고 밝혔다.
stack_v3_sharpened-1155px.jpg » 마티의 드리프팅 기술. 0.5초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을 합성했다. 스탠퍼드대 제공.
이날 자동차는 운전자의 도움 없이 오로지 노트북 컴퓨터에 설치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따라 코스를 주행했다. 자율주행차가 굳이 이런 묘기까지 연마할 필요가 있을까?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 특별한 주행 기술은 자동차 위험하거나 통제 불능의 상황에 처했을 때 자율주행차의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이 기술을 습득한 자율주행차는 주행시 부지불식간에 보행자가 나타나더라도 순식간에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 제르드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긴급한 움직임이 필요하거나 얼음이나 눈으로 길이 미끄러울 때 잘 대처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타이어와 도로 사이의 모든 마찰력을 이용해 자동차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차를 개발해 물리법칙으로 피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tanford.jpg » 마티의 드리프팅 회전각은 1초당 40도다. 스탠퍼드대 제공
마티의 자율주행 묘기는 4년 전 도넛 모양의 드리프팅 능력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이후 회전, 지그재그 등 더욱 다양한 기술을 훈련시킨 끝에 이날 코스 양 옆에 세워둔 장애물을 단 한 개도 건드리지 않는 완벽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자율주행차에는 한 쌍의 GPS 안테나가 지붕에 달려 있다. 이 장치는 차의 위치를 2.5cm 오차 이내에서 추적한다. 자동차 좌석 뒤에 설치된 컴퓨터는 코스를 입력하면 몇초 안에 가장 매끄러운 드리프팅 경로를 계산해낸다.
연구진의 일원인 조너선 고 박사는 "드리프팅을 통해 우리는 주행물리학의 극단적인 사례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가장 안정적인, 그리고 가장 불안정적인 시나리오에서 자동차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사이의 모든 점들을 연결하기는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news.stanford.edu/2019/12/20/autonomous-delorean-drives-sideways-move-forward/
https://futurism.com/self-driving-delorean-stunt-course
https://www.foxnews.com/auto/stanfords-autonomous-drifting-delorean
논문 보기'
https://asmedigitalcollection.asme.org/dynamicsystems/article-abstract/142/2/021004/1066044/Toward-Automated-Vehicle-Control-Beyond-the?redirectedFrom=full

2020년 1월 2일 목요일

[우주] 중국, 2020년 우주 `세마리 토끼' 잡는다


china2.jpg » 중국의 창정 5호 로켓이 27일 밤 하이난섬 우주발사센터에서 이륙하고 있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
중대형 로켓 창정5호 발사 성공...올해 34번째
새해 우주정거장 건설, 달·화성 탐사 가능해져

2010년대의 마지막해인 올해 우주사업은 중국에서 시작해서 중국으로 끝나게 됐다. 중국은 올해 1월 초 인류 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새해를 며칠 앞둔 27일 올해의 마지막 우주로켓을 발사한 나라가 됐다.
중국이 이날 쏘아 올린 로켓은 2020년대 심우주 탐사를 이끌 중국 역대 최강 로켓 창정 5호(CZ-5)의 세번째 버전(Y3)이다. 중국은 이 로켓을 이용해 새해 우주정거장 건설 시작과 함께 달 표본 수집-귀환과 첫 화성 탐사에 나선다. 이날의 발사 성공은 우주 개발에서 탐사에 이르는 3대 프로젝트를 한 해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추진체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china.jpg » 12월21일 하이난섬에 도착해 발사대로 이동하고 있는 창정5호. 유튜브 갈무리

중국 국가항천국의 창정 5호 로켓은 27일 오후 8시45분(한국시각 오후 9시45분) 남부 하이난섬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무게 8톤의 시험 통신위성을 싣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창정 5호는 발사 37분 후 위성을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 올려 놓는 데 성공했다. 창정 5호의 세번째 발사인 이날이 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중국은 2016년 첫번째 발사는 성공했지만 2017년 7월 두번째 발사는 실패했다.  당시 실패 원인은 1단계 추진체 엔진의 산소 공급 이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번째 로켓도 애초 2018년 11월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2019년 1월, 7월로 두차례 연기된 바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개발한 로켓 중 가장 강력한 창정5호는 높이 57미터로 저궤도엔 최대 25톤, 정지궤도엔 최대 14톤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 미국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의 델타4 로켓, 유럽우주국의 아리안5 로켓과 동급이다.
china2.jpg » 2020년 발사 예정인 중국의 달 표본 수집-귀환선 창어5호. 중국국립천문대

창정5호는 2020년으로 예정된 중국의 3가지 야심찬 우주탐사에 필수적인 장비다. 첫째는 중국우주정거장(CSS) `톈궁' 건설이다. 중국이 내년에 처음 쏘아올릴 우주정거장의 핵심모듈 `톈허'의 무게가 20톤에 이르는데, 이를 제 궤도까지 쏘아올릴 수 있는 것은 창정5호뿐이다. 중국은 2022년까지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계획이다.
 둘째는 달 표본을 수집해서 돌아올 달 탐사선 `창어 5호' 발사다. 성공하면 1976년 이후 최초로 달을 왕복여행하는 우주선이 된다. 창어5호는 원래 지난 가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창정5호 제작이 늦어져 연기됐다.
 셋째는 2020년 7월로 예정된 중국 최초의 화성 탐사선 `훠싱' 발사다. 지상에서의 착륙 시험은 이미 성공적으로 마쳤다.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려면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때를 골라야 한다. 이 시기가 바로 새해 7월인데, 이 때를 놓치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미국항공우주국의 `마스 2020'과 유럽우주국의 엑소마스도 내년 7월 발사된다.
이날 창정5호 발사는 올해 중국의 34번째 로켓 발사였다. 이는 미국(23회), 러시아(20회)보다 훨씬 많은 횟수다. 이로써 중국은 2년 연속 세계 최대 로켓 발사국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해 34차례의 로켓 발사 중 2차례는 실패했다. 이는 아직 로켓 기술에서 안정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음을 시사한다.
 china8.jpg » 1970년 발사된 최초의 중국 로켓 `창정1호'. CGTN

1970년 로켓 독자 개발 성공...반세기만에 300회 발사

중국의 우주 로켓 개발 역사는 2020년 새해로 50년을 맞는다. 1970년 독자개발한 최초의 로켓 창정1호로 첫 인공위성 둥펑홍(東方紅) 1호를 쏘아올린 것이 중국 로켓의 시작이었다. 둥펑홍은 중국의 혁명가곡 제목이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쉐썬 박사가 미국에서 돌아와 15년만에 이룬 성과였다. 이후 창정 11호까지 20개 버전의 다양한 로켓들이 개발돼 나왔다. 첸 박사는 1935년 국민당 정부 시절,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미국에 유학가 2차대전 당시 로켓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출범으로 중국과 미국이 적국이 된 이후 활동에 제약을 받던 중 마오쩌뚱의 적극적은 구애를 받고 20년만인 1955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독자적인 인공위성 발사를 요구한 마오에게 5년 기초과학-5년 응용과학-5년 설계제작을 합쳐 총 15년의 준비 기간과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마오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첸 박사는 1970년 창정 1호 발사로 약속을 지켰다.
이후 거의 반세기만인 올해 3월 중국은 로켓 누적 발사 횟수 300회를 돌파했다. 발사 횟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창정 로켓의 첫 100회 발사까지는 37년이 걸렸으나, 이후 100회까진 7.5년, 최근 100회까진 약 4년이 걸렸다. 이에 따라 연간 평균 발사 횟수도 2.7회에서 13.3회, 23.5회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창정 로켓은 506개의 중국 및 외국 우주선을 우주로 보냈다. 여기엔 6개의 유인 우주선과 2개의 우주 실험실, 4개의 달 탐사선이 포함돼 있다. 1999년 첫 우주선 '선저우 1호'를 발사했고, 2003년에는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했다. 한 손엔 인공지능, 다른 한 손엔 로켓을 쥐고 강력한 ‘대국굴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이 새해 3대 우주 프로젝트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출처
https://www.forbes.com/sites/jamiecartereurope/2019/12/26/how-to-watch-chinas-mars-mission-hinges-on-long-march-5-success-the-decades-last-rocket-launch/#6ed4fc395da9
https://www.space.com/china-comeback-launch-long-march-5-rocket.html
창정 로켓 역사
https://en.wikipedia.org/wiki/Long_March_(rocket_family)
창어5호
https://space.skyrocket.de/doc_sdat/change-5.htm
2019년 3월 누적 발사 횟수 300회 돌파
https://news.cgtn.com/news/3d3d674e78516a4d33457a6333566d54/index.html